일부 누리꾼들이 국방부 홍보 포스터에서 군인 캐릭터가 집게손 모양으로 거수경례를 했다며 ‘남성 비하’라고 문제삼았다. 국방부 페이스북
국방부 홍보물의 군인들 거수경례 자세가 ‘집게손’ 모양을 닮아 ‘남성 비하’라는 주장이 일부에서 나오자 국방부가 “앞으로 홍보 콘텐츠를 제작할 때 유의하겠다”며 사과성 해명을 했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27일 정례 브리핑에서 “어떤 오해와 논란을 야기한 것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도대체 무슨 오해와 논란을 일으켰다는 건지 이해하기 힘들다.
일부 누리꾼들은 국방부 홍보 포스터에서 군인 캐릭터가 부자연스러운 집게손 모양으로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고 문제를 삼았다. 군 설명을 보면, 거수경례는 들어올린 오른 손등과 손바닥이 경례를 받는 사람에게 보일까 말까 하게 유지해야 한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군인 캐릭터의 거수경례 자세가 정확하지는 않다. 하지만 이를 ‘남성 비하’라고 하는 건 터무니없는 비약이다. 한마디로 ‘내 눈에 그렇게 보인다’는 일방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주장일 뿐이다. 그런데도 정부 부처인 국방부가 사과성 해명까지 한 것이다. 어이가 없다.
앞서 이달 초엔 경찰의 도로교통법 개정 홍보물을 놓고 같은 논란이 벌어져, 경찰이 홍보물을 수정했다. 또 이달 중순엔 경기 평택시 주민참여예산 공모 포스터를 두고도 같은 논란이 벌어져, 평택시가 포스터를 폐기했다. 이들 기관은 하나같이 ‘사실과 다른 주장이나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기 위한 조처’라고 설명했지만, 매우 부적절한 대응이다.
이달 초 편의점 지에스(GS)25의 홍보물에서 시작된 집게손 논란은 다른 기업들로 번졌고, 정부기관으로 확산되고 있다. 소비자 반응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기업이 수세적으로 대응하는 건 이해할 여지라도 있다. 하지만 공신력이 생명인 정부기관까지 이런 식으로 대응하는 건 스스로 공신력을 허무는 일이다. 앞으로 무리한 주장이 나올 때마다 매번 일일이 해명하고 홍보물을 손보겠다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기관이라면 잘못된 주장이나 무리한 요구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고 단호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야 마땅하다. 무분별하게 젠더 갈등을 부추기는 행위라면 두말할 나위가 없다. 당장 소란을 피하려고 ‘저자세’로 대처하면 이를 방조하는 꼴이 된다. 실제로 일부 누리꾼들은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자 여기저기서 새로운 논란거리를 찾아 불씨를 키우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가 중심을 잡고 대응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