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윤리특위에 징계안이 상정된 이상직(왼쪽)·박덕흠 의원. 공동취재사진
21대 국회가 개원 1년이 되도록 각종 윤리 문제가 제기된 국회의원들에 대한 징계 심의에 착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의원의 윤리와 자격을 심사하는 국회 윤리특별위원회가 개점휴업 상태를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21대 국회 들어 14건의 의원 징계안이 발의됐지만 단 한 건도 심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하니, 황당할 따름이다.
31일 <한겨레> 보도를 보면, 윤리특위는 지난해 9월 1차 전체회의에서 위원장(김진표 의원)과 간사를 선임한 뒤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회의를 열지 않았다고 한다. 윤리특위 임기는 6월30일까지인데, 여야 일정 협의도 진행되지 않는 등 임기 종료 전에 회의를 열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직무유기’라고밖에 할 말이 없다.
윤리특위에 징계안이 상정된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8명, 국민의힘 3명, 무소속 2명이다. 개중에는 정치 공세 차원에서 제기된 안건도 없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키며 국회의 엄정한 대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던 사안들도 적지 않다. 자신이 소유한 기업 운영과 관련해 각종 불법 의혹과 이해충돌 논란에 휩싸였던 무소속 이상직(주식 매각 백지신탁 의무이행 기간 지연), 박덕흠(가족회사 제한입찰 수주) 의원이 대표적 사례다. 이들은 사안이 불거지자 각각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탈당해 당 차원의 조사와 징계를 피하는 편법을 썼다. 불법 혐의에 대해 수사와 기소, 재판 등 사법적 절차가 진행되는 것과 별개로, 정치적 책임을 물을 길은 국회 윤리특위 차원의 심사만 남은 셈이다. 윤리특위가 이런 사안마저 뭉개고 아무런 조처 없이 임기를 종료하려 했다간, ‘제 식구 감싸기’라는 국민적 질타를 피하지 못할 것이다.
윤리특위 공전에 대해 민주당에선 “김진표 위원장이 당내 부동산 특위 등을 맡고 있어 바빴고, 국민의힘 당 지도부 교체 시기와도 맞물려 있다”며 “다음달 11일 이후에나 (회의 개최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국민을 우습게 보는 변명이다. 이상직·박덕흠 의원이 탈당한 게 지난해 9월이다. 그동안은 뭐 하고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정의와 공정, 국회의원을 포함한 고위공직자의 도덕성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어느 때보다 높은 시점이다. 대부분의 징계안이 특위 임기 만료로 폐기된 과거 국회처럼 또 어영부영 넘어갈 생각이었다면 지금이라도 빨리 접는 게 현명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