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15일 김진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위원장이 1차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1대 국회가 개원한 지 1년이 됐지만 국회의원들의 윤리 및 자격을 심사하는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위원장 김진표)가 위원장·간사 선출 이래 단 한 번도 회의를 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거대 양당의 ‘제 식구 감싸기’가 노골적인 ‘직무 유기’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불가피해 보인다.
31일 국회 윤리특위 소속 의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윤리특위는 지난해 9월 1차 전체회의에서 위원장과 간사를 선임한 이래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전재수 윤리특위 소속 민주당 간사는 <한겨레>에 “김진표 윤리특위 위원장이 당내 부동산 특위 등을 맡고 있어 바빴고, 국민의힘 당 지도부 교체 시기와도 맞물려 있다. 다음 달 11일(국민의힘 전당대회) 이후에나 (회의 개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추경호 국민의힘 윤리특위 위원도 “아직 일정 관련 논의가 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여야가 추천한 외부인사로 구성되는 윤리특위 산하 윤리특위자문위원회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민주당 추천 몫인 자문위원장 자리는 전임 장훈열 변호사(민주당 추천) 임기 종료 뒤 지난 3월부터 공석이다. 민주당 쪽은 “새 자문위원장을 추천했으며, 국회의장의 임명 절차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해명했다.
여야 모두 상황상 회의 개최가 어려웠다는 이유를 대고 있지만, 실제로는 소속 의원들의 징계안을 논의하는 것이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보면,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징계안은 총 14건으로 더불어민주당 의원 8명, 국민의힘 의원 3명, 무소속 의원 2명이 대상이다. 특히 21대 국회 들어 여야가 사사건건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갔던 국면마다 여야 모두 상대방에 대한 징계안을 제출했다.
징계안이 올라가 있는 민주당 의원 중엔 윤영찬(포털업체 통제 의혹), 윤미향(정의기억연대 사건), 황희(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아들 군 복무 특혜 의혹 제보자 실명 공개), 장경태(법사위 폄하 발언), 윤호중(동료 의원 폄하 발언·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법안 논의 과정에서 허위사실 유포 등 2건), 김용민(청와대 울산 선거 개입 사건 관련 동료 의원 가족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남인순(고 박원순 시장 사건 관련 피소 사실 유출), 홍익표(동료 의원의 부동산 관련 허위사실 유포) 의원 등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유상범(옵티머스 펀드 투자자에 여권 연루 의혹 제기 과정에서 실명 명단 배포), 조수진(‘조선 시대 후궁’ 발언으로 동료 정치인 비난), 성일종(주식 매각 백지신탁 의무이행 기간 지연) 의원에 대한 징계안이 발의된 상태다. 탈당하면서 당내 징계를 피해간 무소속 이상직(주식 매각 백지신탁 의무이행 기간 지연), 박덕흠(가족회사 제안 입찰 수주) 의원의 징계안도 여전히 윤리특위에서 묵히고 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4년간 총 47건의 의원 징계안이 제출됐지만, 철회 3건, 심사 대상 제외 2건을 제외한 징계안 전부가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19대 국회에서도 발의된 징계안 39건 중 철회된 6건을 제외한 33건이 모두 임기 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지난 20년간 국회 윤리특위에서 통과시킨 징계안은 2011년 성희롱 발언 파문을 일으킨 무소속 강용석 (사건 당시 한나라당이었으나 탈당) 의원 제명안이 유일하다. 당시 제명안이 윤리특위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됐으나 부결됐고, 강 의원은 30일간 국회 출석을 금지하는 징계 조처만 받았다.
소속 정당 의원에 대한 징계안이 한 건도 제출되지 않은 국민의당은 민주당·국민의힘을 압박했다. 윤리특위 소속인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첫 상견례 때 의지를 보였던 것과 달리 두 당에서 일정 논의부터 진척이 되지 않고 있다”며 “지난 1월엔 윤리위원장, 교섭단체 양당 간사한테 친전을 보내 징계안을 처리하자고 촉구했는데도 답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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