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30일 오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서민경제 회복을 위한 재계와 정부, 노동계의 사회적 대타협 방안 등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임종진 기자stepano@hani.co.kr
‘사회적 대타협’ 청사진
기업인 사면 확대카드
재계 손잡기 적극 나서
기업인 사면 확대카드
재계 손잡기 적극 나서
“우리에게도 바로 ‘소금산’이 필요하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30일 기자회견에서 드라마 <주몽>을 거론했다. 소금 공급이 끊긴 부여를 구하기 위해 주몽이 전설의 소금산이 있다는 ‘고산국’으로 떠나는 대목이다. 자신이 ‘투자와 고용’이라는 소금을 구하기 위해 재계라는 ‘고산국’으로 향하겠다는 얘기다.
김 의장은 이날 ‘서민경제 회복’을 화두로 제시한 뒤, 이를 위해 재계와 정부, 노동계가 함께 나서는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정치인 김근태’의 앞날을 건 일종의 정치적 승부수다.
그는 1차 설득대상인 재계를 향해, 분위기 조성 카드로 경제인 사면 폭 확대를 제시했다. 그는 사면 범위와 관련해 “청와대에서 엄격한 조건을 내세우고 있는 듯한데, 이번에는 적극적인 결단이 필요하다고 건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 쪽 관계자는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5단체에서 지난 26일 청와대에 제출한 기업인 선처대상 중 형이 확정된 기업인 55명이 그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제계가 자신의 제안에 화답해오면 출자총액 제한제 폐지와 경영권 보호 장치 마련 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영권 보호 장치와 관련해, 김 의장은 오래 전부터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대기업에 투자해 경영권을 지켜주는 ‘백기사’ 노릇을 해주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외부에 ‘좌파’로 인식돼온 김 의장이 이처럼 과감하게 재계의 손을 들어주는 정책을 선택한 것은 무엇보다 당내 지원이 뒷받침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자신이 이끌고 있는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민평련) 소속의 재야파 출신 의원들을 제외하고는 이를 반대할 이들이 거의 없는 상태다.
하지만 이해 당사자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어, 김 의장의 ‘사회적 대타협’ 구상이 쉽게 열매를 맺을 것이라고 전망하긴 어렵다.
전경련 관계자는 “이미 경제5단체가 요청한 기업인 사면에 대해 정치권이 이해를 해줘 감사하고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출총제, 수도권 규제 등의 제약 요소를 풀어주면 자연스럽게 기업들도 투자를 늘려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상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한성대 교수)은 “김 의장의 발상은 너무 순진하고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출총제를 폐지해 재벌이 난공불락의 철옹성이 되고, 재벌총수들이 사면되고, 경영권 방어책까지 보장받고 나면 재벌은 더이상 노동계에 양보할 이유가 없어진다”고 비판했다. 여당의 한 관계자도 “자칫 재계에 명분만 주고, 실제로는 아무 것도 얻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태희 김진철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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