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업고 독자행보 화근”
보훈처장직 등 기용설도
보훈처장직 등 기용설도
어청수 경찰청장이 결국 임기 2년을 채우지 못하고 1년 만에 중도하차했다. 지난 연말까지만 해도 어 청장은 임기를 채우는 데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경찰 내부에서는 어 청장이 결국 티케이(TK·대구경북)를 중심으로 한 권력기관 재편의 ‘불똥’을 피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경찰청의 한 고위 간부는 “촛불집회 때 대통령의 신임을 얻은 어 청장이 경찰 조직 보호를 명분 삼아 독자적 행보를 보이면서 정권 주요 인사들로부터 집중 견제를 받은 게 화근이 됐다”고 분석했다. 아프가니스탄 경찰 파견 인력 등을 둘러싼 부처간 논의 때도 어 청장이 끝까지 인력 증원을 요구하거나, 경찰 복지를 위한 대우공무원제 도입을 추진하면서 몇몇 관련 부처 장관들의 노여움을 샀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어 청장이 별다른 저항 없이 물러났다는 점 때문에 차기 보훈처장 등 다른 보직을 받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한편, 새 경찰청장으로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이 내정됨에 따라 경찰 내부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경찰권이 강력한 일본에서 오래 생활한 김 후보자는 사석에서도 “무질서한 국내 집회·시위 문화에 문제가 많다”며 불법 집회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주장해 온 강경파다.
경찰간부 후속 인사에서도 김 후보자의 출신 지역인 티케이의 약진이 점쳐진다. 김 후보자의 발탁으로 공석이 된 서울경찰청장 자리와 용퇴가 예정된 임재식 경찰청 차장, 한진희 경찰대학장, 김도식 경기경찰청장 등 치안정감 네 자리가 비게 되는데, 이 가운데 두 자리가 티케이 몫이 될 거란 분석이 많다.
김 후보자의 후임 서울청장 후보로는 집회·시위 대처 경력이 많은 이길범 경찰청 경비국장(전남 순천)과 김동민 충남청장(경남 남해)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통상 연초에 하는 경찰 고위 간부 인사는 청장 교체에 따른 청문회 등으로 2월 중순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인사가 더 늦어지는 일선 경찰 간부들은 “일손도 안 잡히는데 또 한달 이상 위만 쳐다보고 있어야 하냐”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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