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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행정·자치

“문창극, 4·3위원장 자격에 심각한 문제…협치·연정 다 할것”

등록 2014-06-17 19:57수정 2014-06-19 15:20

원희룡 제주도지사 당선자가 16일 제주도 제주시 보오메꾸뜨르호텔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제주/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원희룡 제주도지사 당선자가 16일 제주도 제주시 보오메꾸뜨르호텔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제주/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시도지사 당선자 인터뷰
제주 원희룡
16일 제주에서 만난 원희룡 제주지사 당선자는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19대 총선에 불출마한 뒤 2년여 만에 다시 공직을 맡게 된 탓인지, ‘빨리 일하고 싶다’는 의욕이 충만했다.

-여당 소속으로 제주도지사에 당선된 건 처음이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가 제주에서 얻은 득표율(50.46%)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높게 지지받았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20년 넘게 진행돼온 기존 질서에 획기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욕구를 제주도민들이 표출한 것 같다. 야당을 찍던 유권자도 10% 이상 나를 찍어준 건, 당을 떠나 제주를 누가 변화시킬 것인가, 누구를 변화의 도구로 쓸 것인가를 판단한 결과라고 본다.”

-도민들이 원하는 변화가 뭔가.

“지사의 권력을 자신의 다음 선거를 위해 쓰고 도민을 분열시키는 데 도민들이 염증을 느낀 것 같다. (전임 지사들이) 특별자치도니 국제자유도시니 외형적 성장을 외쳤지만 실제 지역경제 활성화나 도민들의 소득으로 연결되지 않고, 제주의 가치를 지키지도 못했다는 불신도 쌓인 것 같다.”

-최근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제주 4·3을 “공산 반란군이 일으킨 폭동”이라고 규정했다. 총리는 당연직 제주 4·3 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위원장을 맡게 된다. 이런 역사인식을 가진 총리가 4·3위원장을 맡는게 타당한 일인가.

“자격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본다. (웃음) 그 얘기에 많은 게 함축돼 있다. 도민들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문 후보자가 사퇴해야 된다는 얘긴가?

“그건 국회의원들한테 물어보라. (다만) 4·3 관련 문제라든가 짙은 종교색, 역사인식을 두고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층조차 (문 후보자를) 수용하기 어려워한다는 걸 느끼고 있다. 이런 점을 가볍게 보면 안된다. 아는 스님들한테 전화가 많이 오는데, 진짜 강도높고 심각하게 이야기한다.”

-도민사회의 분열, 공직사회의 편가르기와 줄세우기의 폐단을 막기 위해 협치를 강조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 당선자는 지방차원의 연정까지 언급하며 정책협의를 추진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협치는 민관 관계의 문제고, 연정은 여야 관계의 문제다. 나는 둘 다를 추구한다. 신구범 준비위원장(인수위원장) 영입 때문에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오해도 했는데, 오늘(16일) 아침에 만나서 경위를 설명했다. 신 위원장이 내 제의를 수락하면서 ‘당과의 절차는 내가 밟겠다’고 해서 나는 새정치연합과 얘기할 기회가 없었다. 사람 빼가기를 할 의도가 전혀 아니라고 말씀드렸고, 앞으로 당과 협력은 공식적으로 하자고 했다. 야당과 당정협의는 당연히 해야 하고, 각종 위원회에 인사 추천도 받고, 집행부 구성을 함께 하는 것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고 할 용의가 있다. 민간이 행정 과정에 참여하는 협치도 별도로 진행하겠다.”

-제주 해군기지 갈등 치유와 관련해 진정성을 여러 차례 언급했지만 강정마을 방문이 주민과 활동가들의 반대로 두 차례나 성사되지 못했다. 어떻게 풀 건가.

“행정적인 뒷받침은 다 하겠으니, 강정마을회가 주축이 돼 진상조사부터 하라는 거다. 다른 사람이 하려고 하면 그 자체를 거부하니, 강정마을회가 아니면 (진사조사를) 누가 할 수 있나? 방법이 없다. 가장 아픔이 큰 주체가 자신들의 불신과 아픔을 풀 수 있는 만큼 풀면서 가야 한다.”

야당 찍던 유권자도 나를 찍어
도민들 변화 욕구 표출된 것
야당과 집행부 공동 구성도 고려
문창극, 대통령 지지층조차 우려

-중국 자본의 제주도 투자와 관련해 ‘좋은 자본’을 유치하겠다고 했는데 좋은 자본과 나쁜 자본의 구분 기준은 뭔가?

“객관적으로 좋은 자본과 나쁜 자본이 있겠나. 기회 있으면 무조건 돈 되는 쪽으로 움직이는 거니까 좋은 투자를 선별 유치하고, (제주 발전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유도도 잘하고, 사후 관리를 할 수 있는 제주도의 기준, 수용 태세가 중요하다. 기준이라면 부동산 소유권을 획득해 분양하고 차익을 노리는 게 주목적인 투자는 제주에 도움이 안되고 나쁜 투자다. 지역 고용과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제주의 가치와 조화되면서 제주의 가치를 국제적으로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자본이 돼야 한다. 사실 지금까지는 별로 투자된 것도 없다. 땅만 넘어갔고, 투자의향서만 됐지. 이젠 방향을 잡고 투자자 관리 태세를 갖춰서 가야 한다.”

-원조 소장파로 불린다. 하지만 새누리당 소장파는 결과적으로 당 주류의 기득권을 유지해주는 역할을 했다는 비판도 받는데.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새삼스런 질문도 아니고, 변명할 이유도 없다. (그래서) 지금 몸부림치고 있지 않나. 제주라는 활동 무대를 도민들에게 4년 동안 받았으니 제주 행정, 제주와 관련된 정치적 사안을 실행을 통해 책임과 성과를 갖고 얘기하려고 한다.”

-남경필 경기지사 당선자와 새누리당의 미래권력을 두고 경쟁하는 구도가 됐다. 누가 더 낫다고 보나?

“남 당선자가 훨씬 낫다. (국회의원)선수도 높고, 지역도 큰 지역이고 당내 의원들과의 교류도 낫고. (차기) 주자들이 넘쳐나서 경쟁하는 거면 내가 더 낫다고도 할 수 있지만 정말 약에 쓰려고 찾아봐야 몇 되지도 않는다. (남 당선자가) 그나마 잘 되고, 대한민국 변화에 도움이 되면 산삼처럼, 보약처럼 써야 된다. 잘 됐으면 좋겠다.”

-중앙 언론에선 남 당선자가 상대적으로 더 주목받는데, 초조하지 않나?

“초조하게 생각하면 도민들이 자존심 상한다. 각자의 특성이 있고, 각자의 자원을 최대치로 만들면 그게 성공이다. 거기서 더큰 일을 할 수 있는 게(힘이) 나오는 거다. 그렇게 비교하는 건 평론가들이나 하는 거다. 본질적인 걸 갖고 (어려운 상황을) 돌파해내고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으로 봐야 한다.”

-여러 인터뷰에서 차기 대선엔 출마하지 않는다고 했다. 차차기 대선엔 출마할 생각인가?

“저보고 몇 년 뒤에 죽을 예정이냐고 물어봐라.(웃음) 어떻게 미래를 아나. 같은 말을 여러 번 하는데, 도민들이 4년간 제주를 변화시켜 보라 했으니 (4년 뒤에) 재평가할 거다. (대선 출마 여부는) 4년 뒤에 고민할 일이다. 당장 7월1일을 어떻게 시작할지에 관한 고민도 꽉찬 답을 못 찾고 있는데, 무슨 4년 뒤까지 의미있는 답변이 나오길 기대하나.(웃음)”

-박근혜 대통령의 국가개조론을 어떻게 생각하나.

“국가개조론은 당연히 맞는 화두다. 그런데 타이밍이 너무 늦었다. 또, 국가대개조를 밀고 나갈 중심 사령탑인 제2기 참모와 내각이 새로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니, 상당히 어려움을 겪을 것 같다. 기본이 안된다는 걸 질책할 때 대통령부터 자기반성, 자기개조를 하지 않고 남탓을 하거나 아랫사람을 야단치는 걸로 비치면, 국민들은 ‘기본을 안 지키는 항상 권력층이고 개조해야 할 대상은 권력층’이라고 항변한다. 국가대개조는 소통과 공감의 토대 없이는 또 정쟁화할 수 있는데, 그 점에서 (대통령이) 참, 참 어려우실 것 같다.”

-박 대통령이 단행한 인사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인가.

“상당히 어려움이 많을 것 같고, 대통령도 어려움을 많이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는 그 말 속에 다 들어 있다. 대선 때 짐싸들고 (박 대통령 지지)운동을 했던 분들 중에도 총리 후보자에 대해서는 아주 여론이 안 좋더라.”

제주/허호준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대통령 얼굴에 똥칠하지 말고…” [한겨레 포커스]

박근혜 ‘돌파 참극’[21의 생각 #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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