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재명 경기지사가 1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학도의용군 무명용사탑을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환호는 없었다. 1일 오전 8시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 도착한 이재명 경기지사가 홀로 하얀색 카니발 차량에서 내렸다. 30분 전 영상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직후였다. 캠프의 조직총괄을 맡은 조정식, 비서실장을 맡은 박홍근, 수석대변인 박찬대, 수행실장 김남국 의원만이 미리 현충원에 도착해 이 지사를 맞았다. 지지자들과 국회의원들로 붐비는 다른 대선주자와는 다른 ‘조용한 대선 행보’였다.
이 지사는 이날 전직 대통령 묘역이 아닌 무명용사의 탑 앞에서 참배했다. 이 지사는 기자들에게 “세상은 이름없는 민초들의 헌신과 노력으로 만들어진다”며 “그러나 누군가는 이름이라도 남기지만, 누구는 이름조차도 남기지 못하고, 위패조차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졌다. 그분들이 이 나라를 지켰다”고 말했다. 방명록에는 “선열의 뜻을 이어 전환의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만들어가겠습니다”는 글을 남겼다.
◎대선 출마 선언 뒤 국립현충원 찾은 이재명 지사
이날 이 지사는 시종일관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려 노력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한 예비후보 상대 ‘국민면접 1탄’ 행사에 참석해서도 ‘친문 후보 단일화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저도 가능하면 연대하고 싶다. 잘 안되긴 하지만”이라고 웃으며 “경쟁에서 다수 참여해서 실력 겨루는 데 감안할 수 있는 방식이고, 충분히 이해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가족사 얘기가 나오자 울컥했다. 이 지사는 국민면접 행사 뒤 기자들과 만나 ‘형수 욕설사건’ 등 도덕성 문제 관련 질문을 받고 “제 부족한 점에 대해 용서 바란다. 죄송하다”며 허리를 90도 숙여 인사했다. 그러면서 당시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이 지사는 “제가 가족에게 폭언한 건 사실인데 지금 다시 그 시절로 되돌아간다면 안 그러려고 노력하겠지만, 어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며 “7남매에 인생을 바친 어머니에게 불 지르겠다고 협박해서 집에 못 가고, 심지어 어머니 폭행하는 일까지 벌어져서 제가 참기가 어려워서 그런 상황에 이르렀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해서는 “좀 더 열심히 공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과거 얘기를 안 할 순 없겠지만, 그렇게까지 (말을) 많이 하나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며 “지금 특수과외까지 받으면서 ‘열공’한다고 하는데, 국정이라는 게 그렇게 호락호락 쉽게 익혀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아직은 (검찰총장을 그만둔 지) 100일 넘은 정도니까 좀 더 공부를 하고 채운 다음 발언 들어보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오후엔 고향인 경북 안동으로 향했다. 민주당에서 희소한 ‘티케이(TK) 출신 대선주자’임을 강조하며 외연 확장에 나선 것이다. 이 지사는 첫 방문지로 안동을 택한 이유에 대해 “제 부모님, 조부모님 등 선영이 있는 고향이기도 하고, 태어나서 어릴 적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며 “정신적으로 보면 영남의 선비정신이 저의 모든 사회활동의 에너지 원천”이라고 강조했다. 본선을 염두에 둔 이 지사는 당이 아닌 사람을 보고 투표해달라고 호소했다. 이 지사는 “모두가 공정한 삶을 누리도록, 어느 지역을 편중되게 발전하거나 배제되지 않도록 할 사람이 누구인지 보고 그 점으로 판단해 달라”며 “어디에 속했는지, 입은 옷 색깔이 뭐가 중요하겠나. 국가와 국민 중심으로 판단해 달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경북유교문화회관의 유림서원을 방문한 뒤 이육사 생가를 찾았다. 부모님 산소를 찾은 뒤 2일에는 전남도청에서 ‘경기도-전남 상생발전 공동합의문’ 체결식을 진행한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