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국민의힘 대외협력위원장인 권영세 의원이 지난 3일 오후 중구의 한 식당에서 만나 회동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국민의힘 권영세 대외협력위원장이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만나 입당 문제를 논의했다. 국민의힘은 대선 경선 일정에 맞춘 입당 마지노선을 당초 ‘9월 초’로 늦추고 네거티브 대응 등 후방지원까지 약속했지만 윤 전 총장은 “많은 국민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여전히 거리를 유지했다.
권 위원장은 3일 저녁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윤 전 총장과 저녁식사를 함께 하며 입당을 권유했다. 권 의원은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11월9일은 경선 마지막 일자다. 역산해보면 (경선이) 2달 정도 걸리는데 적어도 9월 초가 (입당) 마지노선”이라며 “시간을 압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제시한 ‘8월 말’이라는 경선 버스 출발 시간표를 조금 늦춘 것이다. 권 위원장은 당 안팎의 대선 주자를 보호하는 ‘네거티브 검증위원회’ 구성을 이준석 대표에게 제안한 사실도 소개하며 윤 전 총장에게 “우리 당에 요청할 사항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해 달라”고도 했다. 검증 시험대에 선 윤 전 총장이 도움을 요청하면 당이 ‘맞춤 지원’하겠다는 뜻을 강조하며 ‘조기 입당’을 권유한 것이다. 권 위원장은 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장모가 구속돼도 우리는 개의치 않는다. 당신은 우리의 소중한 잠재적 후보니까 빨리 들어오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은 회동이 끝난 뒤 “많은 국민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기조가 바뀐 것은 아니다. 국민의힘 관계자를 만났다고 바로 입당 얘기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입당 시점을 당겨야겠다고 생각했나’라는 질문에도 “그렇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권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이 경선 전 입당에 “묵시적으로 동의했다고 본다”고 했지만 윤 전 총장 쪽은 이것도 일축했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빨리 들어오길 바라는 기대와 희망” 탓에 잘못 해석했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은 장모 구속 등 각종 악재에도 당초 페이스를 유지하겠다고 하지만 국민의힘에서는 윤 전 총장이 결국 ‘경선 일정에 맞춰’ 입당할 수밖에 없을 거라는 기대가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은) 네거티브 대응에 상당히 약한 점을 드러냈다”며 “당 경선과 당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도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은 방어막이 없는 상태에서 지지율이 하락하는 데 큰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며 “홀로 방어하는 데 한계를 느끼는 순간 입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조기 입당엔 선을 그었지만 국민의힘 대선주자들과 연쇄적으로 회동할 계획이다. 지난 2일 저녁 원희룡 제주지사와 비공개 만찬 회동을 한 데 이어 하태경 의원과도 조만간 만난다. 잠재적 경쟁자인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과 접촉하며 입당 뒤 정권교체에 함께 할 동반자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윤 전 총장은 입당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던 민심탐방을 이번 주초부터 시작한다. 윤 전 총장 캠프 관계자는 “이번 주 초부터 지방을 다니면서 의미 있는 곳이나 상징적인 인물을 찾아가는 민심행보에 나선다. 윤 전 총장의 페이스대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장나래 배지현 기자
w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