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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용혜인 “아이가 국회 회의장 들어가면 싸움이 줄지 않을까요”

등록 2021-07-05 15:41수정 2021-07-05 16:10

생후 59일 된 아이와 함께 국회 출근
24개월 이하 ‘아이동반법’ 논의 촉구
출산 뒤 아기와 첫 출근한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용혜인 의원실 제공
출산 뒤 아기와 첫 출근한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용혜인 의원실 제공

5일 오전 10시. 엄마 품에 고개를 떨군 채 곤히 자고 있는 아이가 국회에 나타났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지난 5월8일 낳은, 생후 59일 된 아이와 함께 국회로 출근했다. 그러나 국회 회의장은 아직 아기를 맞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용 의원이 국회 표결 등을 하려면 국회 회의장에 들어가야하는데, 아직 아이는 국회 회의장에 들어갈 수 없다. 국회법 151조(회의장 출입의 제한)를 보면, 국회 회의장에는 의원, 국무총리, 국무위원 또는 정부위원, 그 밖에 의안 심의에 필요한 사람과 의장이 허가한 사람 외에는 출입할 수 없다. 지난 5월17일 용 의원이 61명의 다른 국회의원과 함께 ‘국회 회의장 아이동반법(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이유다. 아이동반법은 여성 의원이 수유가 필요한 24개월 이하 영아를 국회 회의실에 동반하는 걸 허용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용 의원은 임기 중 출산을 한 세 번째 의원이다. 19대 국회 때는 장하나 전 민주통합당 의원이, 20대 국회 때는 신보라 전 자유한국당 의원이 임기 중 출산을 했다. 2018년 출산한 신보라 의원도 아이동반법과 같은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국외에선 출산한 여성 의원들이 의정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바꾸고 있다. 미국 상원은 생후 1년 미만 아기를 의원이 동반할 수 있도록 법 규정을 바꿨다. 태미 더크워스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이 생후 10일 된 자녀를 데리고 등원한 것이 계기가 됐다. 오스트레일리아와 유럽의회에서도 의원이 아이와 함께 회의장에 들어갈 수 있다.

용 의원의 아이 동반 출근을 계기로 국회 회의장 아이 동반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 할 것으로 보인다. 용혜인 의원은 출근 뒤 아이를 안고 김상희 국회부의장을 예방했다. 김 부의장은 아기를 위한 선물을 전달하며 “국회 회의장 아이동반법이 조속히 처리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아기와 함께 국회에 처음 출근한 용 의원과의 일문일답.

-아기와 함께 첫 출근, 소감은?

“‘엄마가 여기서 일한단다’ 하고 보여주고 싶은데 아기는 계속 자네요. 겨우 두 달 있다가 온 건데 의사당 건물, 국회 앞 잔디, 회관의 분주함이 모두 새롭습니다. 바삐 돌아가는 정치 상황을 집에서 지켜보며 빨리 다시 일하고 싶었는데, 막상 새로 시작하니 두렵기도 합니다. 보좌진들의 도움 받으며 다시 열심히 의정활동 시작하겠습니다.”

-다른 의원들의 반응은 어땠나?

“이번 국회 첫 출산이다 보니 국회의장님, 부의장님, 선배 동료 의원님들이 많은 격려와 응원을 해 주셨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10시에 김상희 부의장님 만나서 복귀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부의장님이 아이를 꼭 안아주시면서 너무 예뻐하셨습니다. 각 당 원내대표님부터 의원님들을 차례로 뵙고 인사드리려 합니다.”

-출산 뒤 지난 두 달여의 시간은 어땠나?

“출산 전에 관련 책도 읽고 정보도 습득했지만, 막상 애를 낳으니 내가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나 싶었습니다. 육아가 정치보다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아기가 잘 웃다가 갑자기 울기 시작하고, 안으면 괜찮다가 내려놓으면 또 울고…. 저도, 남편도 하루하루 전쟁을 치렀는데요. 밤에 아기가 잠을 안 자니까 같이 뜬눈으로 지새우고 아침에야 약간 눈을 붙이곤 했습니다. 두 달 정도 되니까 이제 아기도 일상 패턴이 생기고 저도 조금 익숙해졌습니다. 아기가 뭘 원하는지 감도 늘었고요.”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5일 출산 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 출근해 김상희 국회부의장을 예방하기 위해 부의장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5일 출산 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 출근해 김상희 국회부의장을 예방하기 위해 부의장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회의장 아이동반법을 발의하게 된 이유는?

“국회 회의장 아이동반법(국회법 일부개정안)은 아이를 낳은 여성 국회의원 또는 그 배우자가 육아와 의정활동을 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법입니다. 수유가 필요한 24개월 이하 영아를 국회 회의실에 동반할 수 있게 하자는 것입니다. 앞서 20대 국회 신보라 의원님이 이 법안을 많은 의원들과 함께 발의했는데 안타깝게도 임기 만료 폐기됐습니다. 오해하는 분들은 국회의원의 특혜를 요구하는 거 아니냐고 하는데, 오히려 국회의원이 육아와 함께 의정활동도 잘하기 위해 꼭 필요한 법입니다.

국외에선 국회 회의장에 아기와 함께 출석하는 것이 낯설지 않습니다. 유럽연합의회,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미국에선 국회 회의장에 자녀를 동반하고 모유수유도 허용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2017년에 오스트레일리아의 라리사 워터스 상원의원이 모유수유를 하면서 연설을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죠. 여성과 청년의 정치참여가 점점 중요해지고, 저출생이 심각한 문제가 되는 만큼 이제 국회에 의원이 아이를 동반하는 것도 자연스럽게 수용돼야 합니다. 또 이 법은 국회뿐 아니라 지방의회 의원들의 육아와 의정활동 병행을 지원하는 계기로 작용했으면 합니다.”

-입법 전망은 어떻게 보는지.

“61명의 의원들이 여야를 초월해 공동발의에 동참해주신 만큼 조속한 입법을 기대합니다. 김상희 부의장님께서도 관련 입법활동에서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부탁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각당 원내대표 뵙고 이 법안 처리에 대한 부탁도 드릴 생각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도 같은 취지로 법안을 제출하셔서, 두 법이 함께 심사되면서 처리에 속도가 붙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김상희 국회부의장이 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출산 후 출근한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을 만나 용 의원의 아이를 안은 채 면담하고 있다. 용혜인 의원실 제공
김상희 국회부의장이 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출산 후 출근한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을 만나 용 의원의 아이를 안은 채 면담하고 있다. 용혜인 의원실 제공

-우려의 시선도 존재하는데.

“항시 아이를 국회에 데려오지는 않을 거고 그럴 수도 없겠죠. 남편이 육아휴직을 내고 평소에는 아이를 돌보고, 가끔 부모님 찬스도 쓸 거고요. 그렇지만 제가 돌봐야만 하는 때가 있을 텐데, 그 때에는 아이를 동반하고 올 수 있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시민들은 직장에서 아이를 돌보기 힘듭니다. 하지만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하기 힘든 제도, 문화는 바꿔나가야 합니다. 국회의원이니까 특혜를 받겠다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법이 통과된다면 상징적인 의미가 있고 육아에 대한 공적 지원의 필요성을 사회에 환기할 수 있습니다.”

-‘아이 동반이 가능해진 국회’가 의미하는 바가 있다면?

“우리나라 여성들의 사회진출 및 임금 수준이 과거보다 높아졌지만, 저희 의원실이 조사해보니 여전히 여성 평균임금은 남성의 60% 수준입니다. 여기에는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과 불안정 일자리로 복귀해야 하는 여건이 있습니다. 국회가 일하면서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장소, 여성만이 아니라 남녀 함께 아이 돌봄에 참여하는 장소가 되는 것은 굉장히 상징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그것은 국회가 청년들의 삶에, 아이를 기르는 여성의 삶에 더 민감해진다는 것이고 그러한 국민의 불편함 호소와 제도 개선 요청에 더 귀를 기울인다는 것입니다. 물론 단지 상징적인 의미로 남아서는 안 되기 때문에 정책과 제도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노력도 함께 해나가겠습니다.

어떤 의원님들은 농담으로, 아기가 회의장에 들어오면 여야가 소리 지르며 싸우는 일이 줄어들 거라고도 하시더군요. 원래 정치인들은 국민을 대변해 싸우는 게 업이니 싸우지 않을 순 없겠지만, 아기가 함께 있는 국회는 좀 더 품위 있고 논리로 서로 설득하는 국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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