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충북 청주시 서원구 시제이비(CJB)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경선 행사 ‘국민면접’에서 이재명 경기지사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지사의 ‘미 점령군 합작’ 발언을 두고 5일 야권은 물론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불안한 후보’임을 부각하며 ‘반이재명 연대’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 지사와 가까운 의원들은 이 지사에게 ‘최대한 발언을 자제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경쟁 후보인 이낙연 전 대표는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에 출연해 이 지사 발언에 대해 “학술적으로 틀린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정치는 말이 미칠 파장까지 생각해보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 지사는 지난 1일 경북 안동 이육사문학관을 방문해 “대한민국이 다른 나라 정부 수립 단계와는 좀 달라 친일 청산을 못 하고 친일 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 그 지배체제를 그대로 유지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당내 경쟁 후보들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국민의힘 등에서 제기하는 ‘색깔론’에는 분명한 선을 긋고 있지만, 이 기회를 빌려 이 후보가 ‘불안한 후보’임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이 지사가 본선 리스크가 있다고 보느냐’는 진행자 질문에 “당에 많은 의원이 걱정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답했다. 또 ‘이 지사 발언을 시원하다, 솔직하다고 생각해 지지하는 분들도 많다’는 진행자 말에는 “진면목이 뭐였는가 하는 것이 차츰 드러나겠죠”라며 은근히 날을 세웠다. 또 다른 경쟁 후보인 정세균 전 총리도 지난 2일 페이스북에 “민주당 대통령들은 단 한번도 이런 식의 불안한 발언은 하지 않았다”며 이 지사를 겨냥했다.
이 지사 캠프도 고심이 깊다. 이 지사의 ‘사이다 발언’이 오히려 당내 공격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최대한 공개발언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사 쪽 한 의원은 “역사논쟁은 이 지사에게 별로 유리할 게 없다. 우리는 미래지향적인 걸 추구하는데 역사논쟁은 과거지향적이지 않냐”며 “또 역사라는 건 이념, 진영에 따라 분명하게 갈리기 때문에 아무리 논쟁해도 답이 나올 수 없는 사안이다”라고 우려했다.
한편, 야권은 이날도 ‘미 점령군’ 발언을 문제 삼으며 이 지사를 향한 총공세에 나섰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 분열을 통해 정치적 이득을 보고자 하는 매우 얄팍한 술수”, “친일 논란을 일으켜 대한민국 정부 수립 자체를 폄훼하는 시도”라고 말하는 등 거세게 비난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이날 “지리산에 들어가 빨치산을 하든지 하라”, “백두혈통이 지배하는 북한으로 망명을 하시든지” 등 이 지사를 향해 ‘색깔론’ 공세를 퍼부었다.
서영지 배지현 기자
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