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부친 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 빈소 앞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빈소 조문을 마치고 자리를 뜨자 취재진을 만나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8일 부친상을 당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소신껏 하라”는 아버지의 유언을 공개했다. 지난 7일, 공직 사퇴 뒤 9일 만에 정치 참여 뜻을 밝힌 최 전 감사원장 부친상에는 여야 정치권 인사들의 조문이 줄을 이었다.
최 전 원장은 이날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마지막으로 글씨로 남겨주신 말씀은 ‘대한민국을 밝혀라’였다“며 “또 ‘소신껏 하라’가 제게 남겨주신 마지막 육성이셨다”고 전했다. 6·25 전쟁영웅인 최 전 원장의 선친(최영섭 전 육군 대령)은 “정치 이야기가 나오는데 아사리판, 그 복잡한 세상에 발도 들여놓지 말고, 들어갈 생각도 하지 말라”며 정치 참여를 만류한 바 있다. 최 전 원장은 이날 ‘아버지가 정치 참여를 우려했다는 말이 있다’는 취재진 질문에 “신중하게 선택하라는 말씀도 하시고 그랬다”며 “아버님 떠나시고 처음 모시는 시간이라 이 정도로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최 전 원장의 작은아버지인 최웅섭씨는 “전에는 (정치를) 안 하는 게 좋겠다고 했는데, ‘국가를 위해 큰일 해야겠다’고 해서 ‘좋다. 네가 결정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날 빈소에는 특히 야권 인사들의 조문이 많았고 대선주자 영입 역할을 맡고 있는 권영세 국민의힘 대외협력위원장이 가장 먼저 조문했다. 권 위원장은 “정치 얘기를 지금 이 상황에서 하는 건 아주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향후 최 전 원장과의 만남 일정에 대해선 “어떤 형식으로 입당을 진행할지 긴밀하게 얘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빈소를 방문했다. 그는 “(최 전 원장은) 정치를 하고, 안 하고와 관계없이 존경받는 감사원장이었다. 작고하신 어르신이 6·25 때 나라를 지킨, 모든 국민이 존경하는 분이시라 당연히 올 자리라서 찾았다”고 말했다. 최 전 원장과 정치적 공감대를 형성했냐는 질문에는 “인사만 나눴고 일상적인 이야기만 했다. (정치적 공감대는) 너무 많이 나간 추측”이라고 답했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도 “부총리 시절 함께 국정에 참여한 인연”이 있다며 빈소를 찾았고 이준석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도 조문했다.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를 만들어 아쉬움과 유감”이라며 중도사퇴한 최 전 원장을 강하게 비판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조화를 보냈고, 문 대통령을 대신해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철희 정무수석이 빈소를 찾아 고인을 애도했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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