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잠룡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오른쪽)이 14일 서울 정동의 한 식당에서 국민의힘 대외협력위원장인 권영세 의원과 회동,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국민의힘 입당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최 전 감사원장과 권영세 국민의힘 대외협력위원장이 14일 만나 입당 문제 등을 논의했다. 권 위원장이 이달 내 빠른 입당을 권유하자, 최 전 원장은 “정권교체를 위해 어떤 길이 좋은지 빠르게 고민하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 위원장은 이날 저녁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최 전 원장과 1시간 동안 저녁 식사를 함께하며 입당을 권유했다. 권 위원장이 회동이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최 전 원장을 위해서나 우리 당을 위해서나 빠른 입당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여러 가지 설명을 드렸다. 최 전 원장도 빨리 고민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권 위원장은 이어 “9월 초 경선을 같이 시작하는 게 베이스라인이지만, 그거보다는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7월을 넘기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게 제 개인적인 기대”라고 강조했다. 최 전 원장도 입당 여부를 묻는 질문에 “확실한 결정을 했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면서도 “국민들이 바라시는 정권교체와 보다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과연 어떤 선택이 최선인지 좀 더 숙고하면서 국민들이 원하시는 그런 방향으로 선택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최 전 원장은 “오늘 권 의원님 주신 말씀이 제 의사 결정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 건 사실”이라며 입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자리에서 최 전 원장은 대선의 전반적인 과정 등에 대해 권 위원장에게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만남으로 최 전 원장의 국민의힘 입당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 전 원장은 원장직을 떠난 지 17일 만에 첫 공개 행보로 권 의원을 만난 데 이어, 조문 답례차 이준석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인사들을 차례로 만날 예정이다. 공식 첫 인선으로 예비캠프 상황실장을 국민의힘 인사인 김영우 전 의원에 맡긴 것도 조속한 입당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특히 “윤 전 총장의 대안이라고 말씀하는 분들이 있지만, 저는 저 자체로 평가받고 싶다”고 밝힌 최 전 원장이 당 외부에 머무르는 윤 전 총장과의 차별화를 위해 조속한 입당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후발 주자인 데다 윤 전 총장보다 낮은 지지율을 단기간에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제1야당 대선 주자로 등판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권 위원장은 이날 “(외부 주자들이) 저희 당에 빠른 시일 내 들어오는 결정을 할 것이라고 낙관한다. 우리나라 상황에서 제3지대가 있을 수가 없다. 밖에서 계속 있다가 단일화 경선하겠다는 게 그렇게 유리하지 않다는 부분에 대해서 제가 설명해 드리면 다들 납득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도 <한겨레>에 “정치적 경험도 없고 조직력도 부족한 상황에서 윤 전 총장과 손쉽게 차별화할 수 있는 지점이 입당”이라며 “제1야당 주자로 뛰게 되면 인지도를 단기간에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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