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반기문재단 사무실을 방문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예방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국민의힘 입당에 이어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의 등판이 임박하면서 대선 구도가 출렁이고 있다. ‘1강 윤석열’의 지지율 하락세와 맞물리면서 유동성이 더 커졌다.
최 전 원장은 입당 이튿날인 16일 곧바로 ‘제헌절 메시지’를 발표했다. 최 전 원장은 “그동안 통치행위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권한 밖에서 행사된 경우가 많다. 헌법에 규정된 제청권이 제대로 행사되지 않았고 국가의 정책수립이나 집행과정에서 통치자의 의중에 따라 적법한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으며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권한을 넘어선 인사개입도 많았다”고 했다. 최 전 원장이 제헌절을 맞아 ‘헌법 정신’을 거듭 강조한 것은, 현 정부의 행태를 ‘탈법적’이라고 규정하면서 자신에게 따라붙는 ‘정치적 중립성 논란’ ‘반헌법적 행보’라는 비판을 피해가려는 속내로 읽힌다. 최 전 원장 쪽 관계자는 <한겨레>에 “당분간 국민의힘 의원들과 접촉면을 늘리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김 전 부총리도 저서 <대한민국 금기 깨기> 출간을 계기로 몸풀기에 들어갔다. 이날 오전엔 김종인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 정치세력 교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코로나19 상황 등을 고려해 출간 기념회는 열지 않지만 본인의 비전과 사회 이슈를 던지며 접점을 늘려가려는 계획이다. 김 전 부총리는 저서에서 “대통령제를 5년 단임제에서 4년 중임제로 바꿔 국회의원과 임기를 맞추자”는 개헌론을 주장했다.
예상보다 빠르게 ‘대선 영입인사 1호’ 최 전 원장을 받게 된 국민의힘엔 윤 전 총장에 대해 한층 여유로운 분위기가 감돈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와이티엔>(YTN)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우리 국민의힘이 유력한 대선주자 한 분에게서 어쨌든 대선 경선의 플랫폼으로 인정받았다는 것이 굉장히 크다”며 “(윤 전 총장이) 밖에서 있는 시간을 얼마나 알차게 쓸 수 있느냐가 대선 행보에 중요한데, 저는 사실 방법이 많지는 않다는 생각을 한다”고 압박했다. 이날 공개된 일본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는 윤 전 총장과 관련 “선거를 한 번도 치르지 못해 미숙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인기가 높아 어딜 가나 환영받지만 사람들이 정말 무엇을 원하는지 잘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킹메이커’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과 한층 더 거리를 두는 발언을 이어갔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이) 5월 중순쯤 자기 입장을 표명하고 ‘내가 대통령이 되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면서 그쪽을 향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한다”며 시기를 놓쳤다고 했다. 이어 “윤 전 총장이 밖에서 조금 다른 형태로 움직이면 지금보다는 지지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빨리 자기를 서포트해 줄 수 있는 팀을 구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 전 총장의 입당에 대해서는 ”(국민의힘 경선 버스엔) 탈 사람은 내가 보기엔 끝난 것 같은데”라며 “윤 전 총장은 지금 상황으로 가면 버스를 타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지율 하락세를 겪고 있는 윤석열 전 총장은 제헌절 당일 광주를 찾으며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장을 시도할 계획이다. 윤 전 총장도 이날 ‘제헌절 메시지’를 내어 “말이 아니라 행동이다.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을 피로써 지킨 열사들에 대한 참배로 제헌절의 헌법수호 메시지를 대신하겠다”고 밝혔다. 최 전 원장의 메시지가 나온 지 한 시간여 지난 시점에 나온 윤 전 총장의 메시지를 ‘최-윤 경쟁 구도’가 이미 시작됐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윤 전 총장은 광주 5·18 민주 묘지에 참배한 뒤 유가족들과 간담회를 하고, 이후 광주시 북구 인공지능사관학교 방문, 충장로 일대에서 시민들과의 만남도 예정돼 있다. 윤 전 총장 캠프는 광주 방문 취지에 대해 “5·18은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을 피로써 지켜낸 헌법수호 항거”라며 “5·18 정신을 이어받아 자유민주주의 헌법 가치로 국민 통합과 미래의 번영을 이뤄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고 설명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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