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지사가 1일 오후 제주도청에서 대선 출마를 위해 도지사직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허호준 기자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해 “윤석열의 공정은 ‘동물의 왕국’의 공정에 불과하다”고 날을 세웠다. 윤 전 총장이 입당한 뒤 ‘멸치-고래 논쟁’까지 벌어지며 심화된 당내 분열을 작심 비판한 것이다.
원 전 지사는 9일 <시비에스>(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윤 전 총장은 문재인 정권의 편 가르기와 내로남불의 불공정에 맞서는 공정의 표상으로 떠오른 적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친윤석열계로 꼽히는 정진석 의원이 다른 대선주자들을 ‘멸치·고등어' 등에 빗댄 데 대해 원 전 지사는 “측근이라는 분들이 윤 전 총장 스스로가 얘기했던 빅 플레이트 그리고 중도, 진보까지 아우르는 압도적인 정권 교체에 역행하고 있는지, 보탬이 되고 있는지 스스로 가슴에 손을 얹고 돌아봐야 된다”고 꼬집었다.
원 전 지사는 윤 전 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앞다퉈 캠프에 현역 의원을 영입하는 것을 두고 ‘줄 세우기'라고 비판했다. 그는 “당내에 들어온 신입 주자들이 보수 표심만 자극하고, 또 당의 국회의원들 줄 세워서 계파 만드는 데 몰두하고 있다”며 “보수 표심만 자극하는 언동, 특히 아예 대놓고 특정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언동은 작은 이득은 있을지 모르지만 전체적으로 정권교체에 스스로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원 전 지사는 “새 식구들은 더 큰 살림을 늘릴 생각을 해야 하는데 동네에 나가서는 아무 비전과 국민에 대한 설득력이 없으면서 집안에 유산 물려받는 것에 대해서만 골몰하는 모습은 너무 실망”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원 전 지사는 윤 전 총장 쪽이 당 봉사활동 일정에 보이콧을 요구했다는 의혹에는 “경선이 막 시작하는 단계고, ‘원팀 정신'을 누구보다도 강조하고 있는 입장이다. 선거를 치르다 보면 많은 일들이 있을 수 있는데 이런 점을 갖고 일일이 얘기하는 것이 우선순위에 맞지 않는다”며 답변을 피했다.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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