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3일 서울 영등포구 대하빌딩에 마련된 캠프 사무실에서 경제 분야 정책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3일 경제 정책 비전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문재인 정권에서 만들어진 기업·부동산·노동 관련 모든 규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공약했다.
최 전 원장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마음껏 대한민국 경제살리기’를 슬로건으로 제시하고 “규제와 구속이 아닌 자유와 창의가 넘치는, 대한민국의 정상화를 위해 획기적인 규제개혁부터 과감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 정권 임기 내내 반시장적·반기업적 불량규제가 양산됐고, 헌법이 보장한 개인과 기업의 경제적 자유와 창의는 사실상 무시됐다”며 “그 결과는 참담하다. 외국 기업은 물론 우리 기업마저 탈출해야 하는 규제 지옥이 돼버렸다”고 규제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 전 원장은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취임 뒤 100일간 정부 규제의 신설·강화를 동결하는 ‘규제 모라토리엄’을 선포하고 규제를 신설하지 않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권 임기 중 신설·강화된 불량규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에 △공정거래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분양가 상한제·대출 관련 규제 등 부동산 관련 법안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 △노동조합법 △주52시간제 △획일적인 최저임금제 등을 ‘불량규제’로 분류했다.
최 전 원장이 이날 밝힌 경제 관련 정책은 지난 2019년 황교안 당 대표 시절 자유한국당 ‘경제대전환위원회’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에 대항해 만든 경제정책 ‘민부론’과 유사하다. 당시 자유한국당은 ‘민부론’에서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정부의 과도한 개입을 막아 경영권과 안정성을 보장하는 방향”을 주장했고,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는 대출규제 완화·보유세 현실화·거래세 완화 등을 실현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동 분야에선 △탄력 근로 기간 확대 △근로시간 규제 예외 인정제도 도입 △최저임금 동결 및 적용 대상 차등화 등을 주장하는 내용이 담겼다. ‘민부론’ 발표를 주도한 김종석 전 의원은 현재 최 전 원장 캠프에서 경제정책총괄을 맡고 있다. 김 전 의원은 박근혜 정부이던 2014년 규제개혁위원회 경제분과위원장이었다.
당내에선 최 전 원장과 황교안 전 대표의 이념적 스펙트럼이 정통 보수 지지층 쪽으로 수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두 사람 모두 보수 진영의 한 축을 차지하는 개신교를 주요 지지기반으로 두고 있기도 하다. 경쟁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전날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토크 콘서트에서 최 전 원장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홍준표 의원 등을 언급하며 “이념적 스펙트럼에서 굉장히 오른쪽에 계신 분들”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윤 전 총장도 “일주일에 120시간이라고 바짝 일하고”라며 주 52시간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을 한 바 있다.
최 전 원장은 지난 11일 국민의힘 초선 의원 모임에 강연자로 참석해 “국민의 삶을 국민이 책임져야지 왜 정부가 책임지나”라고 말했고, 이튿날 기자회견에서는 “문재인 정권은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라는 제목으로 대국민 보고서까지 만든 정부다. 정말 국민의 삶을 책임졌느냐. 정부가 국민의 모든 삶을 책임지겠다는 것 자체가 사실은 정치권의 국민에 대한 오랜 희망고문이었다”며 시장 자유주의를 신봉하는 목소리를 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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