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을 진두지휘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웠던 국민의힘 내 친박(근혜)계 인사들이 빠른 속도로 친윤-반윤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구심점을 잃었던 친박계가 대선 경선을 앞두고 각자도생하는 분위기다.
최근 친박계 전·현직 의원 중엔 윤 전 총장의 우군을 자처한 이들이 움직임이 활발하다. 지난 17일 윤 전 총장과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만남을 주선한 정갑윤 전 국회부의장이 대표적이다. 이날 만남에서 김종인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과 이준석 대표 간 갈등과 관련해 “후보는 일체 대응하지 말라”며 윤 전 총장에게 힘을 보태는 메시지를 전했다. 정 전 부의장은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어떻게 보면 나는 윤 전 총장과 악연이었지만 나라의 정체성을 찾고자 정권창출에 힘을 보태려고 한다”며 “내 역량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윤 전 총장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부의장은 2013년 국정원 수사 외압 당시 윤 전 총장에게 “사람에게 충성하는 것 아니냐”고 공격한 바 있다.
친박 핵심인 김재원 최고위원은 대선주자 토론회 개최를 비판하는 등 당 지도부에서 윤 전 총장에게 유리한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유승민 전 의원 쪽으로부터 “진윤 감별사”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박근혜 청와대 정무수석이었던 김 전 최고위원은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사용한 혐의로 기소된 악연이 있다. 이후 김 최고위원은 무죄를 받았다. 윤석열 캠프에서 각각 정무특보와 기획실장으로 상근하고 있는 이학재 전 의원과 박민식 전 의원 역시 친박으로 분류된다. 윤 전 총장은 최근 친박계 좌장으로 불리던 서청원 전 의원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은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을 불구속 수사하려고 했다”며 친박계 달래기에 나섰으나, 여전히 일부는 불편한 관계다. 박 전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웠던 서병수 경선준비위원장은 대선 경선 예비후보 토론회를 기획하다가 친윤계로부터 강한 견제를 받았다. ‘태극기 부대’의 전폭적 지지를 받았던 김진태 전 의원은 이준석 대표가 경선 후보 검증단장으로 점찍었다. 범친박계로 분류되는 김용판 의원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공개 지지하고 있다. 한 의원은 “대부분 문재인 정권에 반대하느라 선두 후보인 윤 전 총장 쪽을 미는 것이다. 지지율이 빠지면 언제든 다른 쪽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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