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1일 오전 부산 강서구 가덕도 신공항 예정 부지를 찾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일 영아 강간·살해범을 사형시키겠다고 언급한 경쟁자 홍준표 의원을 강압적 통치로 전 세계적 비판을 받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에 빗대면서 직격탄을 날렸다. 홍 의원은 윤 전 총장이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 보수 진영 적폐 청산 수사를 도맡아 했던 이력을 거론하며 “귀하는 두테르테 하수인”이라고 맞받았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용산구 대한노인회 중앙회를 방문한 뒤 ‘홍 의원의 발언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을 받고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형사 처벌과 관련한 사법 집행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좀 두테르테식”이라고 말했다. 홍 의원이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20개월 아이를 성폭행하고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양아무개(29)씨 사건을 언급하며 “이런 놈은 사형시켜야 되지 않느냐. 제가 대통령 되면 반드시 이런 놈은 사형시킬 것”이라 주장한 데 대한 입장이었다.
윤 전 총장은 “흉악범에 대한 강력한 처벌은 국민 모두가 바라는 것이고, 우리 법 제도 자체가 그렇게 되도록 설계됐다”면서 “시스템이 흉악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대통령은 그 문제를 잘 파악해 국회와 협조해 제도를 만들어나가는 게 맞는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발언 자체로는 원론적 입장이었지만, 범죄 척결을 명분으로 내세워 생명권 침해를 서슴지 않는 두테르테 대통령을 끄집어내며 홍 의원을 정면 비판한 것으로 읽혔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취임 뒤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마약 용의자 수천 명을 현장에서 사살하는 즉결심판을 자행해 논란을 일으켰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일 서울 용산구 대한노인회를 방문해 김호일 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 의원은 즉각 반발했다. 그는 이날 윤 전 총장의 발언이 나온 지 1시간 만에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두테르테고 귀하는 두테르테의 하수인이었다”며 “나를 두테르테에 비유한 것은 오폭”이라고 강하게 맞섰다. 이어 윤 전 총장을 “문 대통령이 적폐수사를 지시하자 중앙지검장으로 벼락출세한 보답으로 득달같이 특수 4부까지 동원하여 우리 진영 사람 1000여명을 무차별 수사하여 200여명을 구속하고 5명을 자살케 한 분”이라고 노골적으로 공격했다.
홍 의원은 또한 “자신부터 문 대통령 지시로 보수우파 궤멸수사에 앞장섰던 지난날 적폐수사를 반성하고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라며 “오히려 문 대통령이 두테르테처럼 수사지시를 하고, 귀하는 그 집행의 선봉장에 서서 정치수사를 감행한 공로로 7단계를 뛰어넘어 검찰총장이 되었다”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홍 의원 편을 들면서 윤 전 총장 때리기에 ‘참전’했다. 유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과거 윤 후보의 목적은 수사였나, 아니면 보수진영 궤멸이었나”라며 “문재인 권력의 칼 노릇을 하던 윤 후보가 수없이 행했던 무리한 구속, 수사, 기소, 구형을 온 천하가 알고 있다. 홍 후보가 두테르테라면 윤 후보는 뭐라고 해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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