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20대 대선에서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이 부동산 정책으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문재인 정부를 향한 민심 이반의 시작점을 부동산 정책 실패로 규정하고 강력한 공급 방안을 제시하면서 ‘정책 경쟁’의 신호탄을 쏘아올리는 모양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청년원가주택’, 홍준표 의원의 ‘쿼터아파트’, 원희룡 전 제주지사의 ‘반반 주택’ 등은 화려한 이름표를 달고 표심에 구애하고 있지만, 재원 마련과 부지 확보 측면에서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잇따른다.
윤석열, 20~30대 무주택자에 ‘원가공급’…경쟁자들 “불가능한 포퓰리즘”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의 부동산 정책은 문재인 정부가 강화한 부동산 규제를 푸는 것에서 시작된다. 후보들은 보유세, 양도소득세를 완화하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현행 40%에서 70∼80%까지 풀겠다는 공약을 내놓으며 ‘문재인 정부 정책’을 완전히 뒤집겠다고 입을 모았다.
규제 완화에는 뜻을 같이 하지만 공급 정책을 놓고는 후보 간 날선 공방이 오가고 있다. 선두 주자인 윤 전 총장이 지난달 29일 내놓은 ‘청년 원가주택’ 정책이 대표적이다. 20∼30대 청년 무주택 가구에 국민주택 규모(85㎡) 이하 주택을 건설 원가로 공급한다는 게 ‘원가주택’이다. 분양가의 20%는 매수자가 부담하고, 80%는 정부가 주택도시기금을 통해 장기저리로 금융지원을 하는 방식이다. 5년 이상 거주 뒤 국가에 매각할 수 있는데 주변시세를 고려한 주택가격 상승분의 최대 70%와 분양가를 합한 가격으로 되사주겠다고 약속했다. 3기 새도시 물량 전부와 2기 새도시 분양 대기 물량 30%를 이런 방식으로 공급하겠다며 ‘임기 내 30만호 공급’을 목표로 했다.
당장 경쟁주자들은 “실현 불가능한 포퓰리즘 공약”이라고 비판했다. 유승민 캠프는 이 구상대로 시뮬레이션을 돌린 결과, 30년간 기회비용을 포함해 필요한 돈이 1879조원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유경준 경제정책본부장은 “시세 대비 공급가액의 차액에서 발생하는 기회비용이 최초 공급 시점에 250조원이고, 10년 단위로 200조~300조원씩 계속 발생한다. 30년간 총 기회비용이 1000억원”이라며 “30년이 지난 시점에서 주택이 소멸되거나 시장에서의 가치를 상실하게 되면, 결국 국가가 정해진 환매금액(879억원)을 모두 지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홍준표 의원은 “좌파보다 더한 원가주택 운운은 기가 막히는 헛된 공약”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윤석열 캠프의 윤창현 경제정책본부장은 “집값 상승분을 기회비용으로 가정하고 나랏돈이 들어간다는 식으로 비판하는 건 상식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잘못된 주장”이라고 맞섰고, 2일 유 본부장이 다시 “대규모 분양주택을 원가로 공급하라고 한다면 공공임대주택을 지을 돈이 있을까. 국가 주택건설에 있어 기회비용은 단순히 간과할 문제가 아니라 주거복지의 중요한 재원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반박하면서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도 △분양원가 공개가 참여정부 시절부터 추진됐지만 현실화하지 못했고 △적자 해소 방안이 명확하지 않으며 △젊은 층의 수요에 적합한 공약인지에 대해 의구심을 보였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한겨레>에 “원가 기반으로 주택공급을 했을 때 그 혜택이 누구에게 돌아가게 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그간 공공분양을 하면서도 어느 정도의 수익을 내 임대주택 사업에서 발생하는 손해를 메우는 ‘교차보조’를 해왔다면, 윤 전 총장의 구상에선 그 수익을 정부 재정이나 주택도시기금에서 가져와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윤 전 총장이 보여준 시장 중심적 철학과 비교했을 때 이번 부동산 정책의 공급방식은 부합하지 않는다”며 “우리나라의 주택구매 패턴을 봤을 때 장기적으로는 어려워 보인다”고 짚었다.
홍준표·최재형 ‘토지임대부’, 원희룡 ‘반반주택’, 유승민 ‘희망사다리’
야권 대선주자들은 ‘토지임대부’ 방식에도 방점을 찍고 있다. 윤 전 총장이 ‘원가주택’에 이어 발표한 ‘역세권 첫 집 주택’, 홍준표 의원의 ‘쿼터아파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반값주택’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택지는 공공이 소유해 임대하고 건물을 분양해서 시세보다 저렴하게 집을 구입하게 하겠다는 취지다. 대규모 정비사업을 통한 공급정책도 빼놓지 않았다. 홍 의원은 서울 강북 지역을 중심으로 용적률 규제를 완화하고 재개발 지역 일부에 대한 기부채납을 통해 10억원이 넘는 서울 아파트 평균 거래가격을 4분의 1수준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최 전 원장은 국·공유지,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용적률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기부채납 받은 주택을 청년·신혼부부에게 공급하겠다고 했다. 윤 전 총장도 역세권의 민간 재건축 단지와 저활용 국공유지를 고밀 개발해 토지임대부 방식으로 청년과 무주택 가구에 시세의 50~70%로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추가로 내놨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의 ‘반반 주택’은 정부와 개인이 주택을 공동소유하는 모델이다. 주택·토지의 지분을 정부와 국민이 절반씩 공동투자하는 방식이며, 특히 신혼부부 첫 집 마련 비용의 50%를 국가가 투자하겠다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의 ‘희망사다리 주택 공약’은 ‘공급 속도’에 방점을 찍었다. 유 전 의원은 △수도권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민간주택 100만 가구, 공공임대 50만 가구를 공급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주거복지공사’로 개편하겠다고 약속했다. 수도권 도심을 재개발·재건축해 민간주택 100만호를 공급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전문가들은 부지와 재원 조달 방안, 실현 가능성 등에 대한 궁금증은 여전하다고 평가했다. 김진유 교수는 토지임대부 방식에 대해 “해외 사례를 볼 때 일정 기간이 지나면 토지임대부 주택 또한 시장가격과 비슷한 상황으로 가격이 상승하는 추세를 보였다”며 “주택가격을 낮추거나 불로소득을 제거하는 효과는 별로 없다는 것이 이미 증명이 됐다”고 평가했다. 우석진 교수도 “토지임대부 주택이나 원 전 지사의 ‘반반 주택’ 경우에는 국가가 지분으로 들고 있는 땅이 많아질수록 정부 운용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헌법상 주택 개념과 체계, 철학과도 맞는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했다. 유 의원 공급 정책에 대해 우 교수는 “임대주택 비율을 더 높인다는 목표는 가능성이 있으나 엘에이치의 부채 구조 해결 방안, 유인구조를 어떻게 맞춰줄 것인지 등 더 고민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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