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권주자인 홍준표 의원이 9월30일 대구 칠성시장을 찾아 시민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홍준표 의원이 1일 여성가족부 통합과 여성 할당제 점진적 폐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여성 공약을 내놨다. 여성층의 미약한 지지를 만회하려고 내놓은 종합적인 여성 정책이었지만 여전히 성차별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홍 의원은 이날 오전 후보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여성가족부를 타 부처와 통합 △성별 갈등 줄이기 △폭력 없는 안전한 사회 만들기 △출산·보육 지원 강화를 통한 인구정책 구상 등을 내용으로 하는 여성 공약을 발표했다. 앞서 홍 의원은 이준석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 등이 ‘여성가족부 폐지론’에 불을 지피자 여성가족부를 보건복지부와 통합하겠다는 주장을 줄곧 해왔다. 성별 갈등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는 능력에 따른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할당제를 점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제안했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방안으로는 흉악·성범죄자에 대한 화학적 거세를 강력하게 집행하고, 주취경감, 촉법소년 등 법 조항을 개정해 강력범죄의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공약했다.
홍 의원은 “페미니즘이 아닌 패밀리즘을 실현하겠다”며 건강한 가정을 기초로 하는 인구 정책도 발표했다. 그는 출산 뒤 지원되는 보조금·수당을 만 12살까지로 통합 지원하고, 정부가 그동안 누리과정 등을 통해 보육 지원을 하는 방식이 아닌 지원금을 부모에게 직접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꿔 누수를 막겠다고 했다.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경력단절 여성 지원 강화, 임신·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유연한 근로환경 조성도 약속했다. 홍 의원은 “여성정책은 가족의 가치와 공동체 회복이 핵심이다. 차별도 역차별도 없는 진정한 양성평등 정책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20~30대 남성들의 지지를 높게 받고 있는 홍 의원은 여성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 홍 의원은 지난달 23일 페이스북에 “사소한 말 몇마디로 오해를 하고 있는 여성층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여성 부분 공약을 총괄 정리해서 발표하고자 한다”며 여성공약 발표를 예고했다. 홍준표 캠프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일부 후보들처럼 안티페미니즘 시류에 편승하는 것이 아니라, 페미니즘도, 안티페미니즘도 아닌 휴머니즘으로 가겠다는 원칙을 세워 숙의했다”고 설명했다. 낮은 여성 지지율 상승을 위한 타개책으로 내놓은 공약이지만, 공약이 원론적인 내용에 그쳐 여성 민심을 사로잡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 의원은 공약 발표 뒤 기자들과 만나 성별 갈등을 줄이겠다는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지적에 “성인지 감수성으로 인해 대법원 판결을 하니까 남자들, 특히 2030 세대들은 불만이 극에 달했다. 그런 문제도 우리가 다시 한번 검토를 해 봐야 된다”며 “여성의 지위가 과거와 비교가 안 되게 지금 달라졌다. 이제 페미니즘에서 휴머니즘으로 가자는 말도 했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또 “젠더갈등 문제는 전문가들과 충분히 상의해서 그 방침을 찾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홍 의원의 성인지 감수성 판결 비판에 대해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진지한 이해 없이 여성의 사회진출이 군 복무 청년들의 사기를 위축시킨다는 윤석열 후보와 똑같은 사고방식”이라고 비판했다. 권 의원은 또 “정치 인생 내내 여성관으로 비판받았지만 어떠한 성찰도 변화도 없는 것이 홍준표 후보”라며 “홍준표 후보가 조금이라도 문제의식을 느낀다면 윤석열 후보와 함께 성인지 감수성이 무엇인지 우리사회의 성차별 현실이 어떤지 공부하는 차원에서 성평등 교육 수강을 권한다”고 꼬집었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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