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TV토론회 당시 손바닥 한가운데에 '왕(王)'자를 그려놓은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지난 1일 MBN 주최로 열린 5차 TV토론회에서 윤 전 총장이 홍준표 의원과의 1대1 주도권 토론에서 손을 흔드는 제스쳐를 하면서 손바닥에 적힌 '왕'자가 선명하게 포착됐다. MBN 유튜브 캡처.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티브이토론에서 세차례나 포착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손바닥 왕(王)자’ 사건을 둘러싼 대선주자 간 공방이 계속됐다. 윤석열 캠프는 “손가락 위주로 씻어서” ‘왕’자가 지워지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홍준표·유승민 캠프는 “거짓말”,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윤석열 캠프의 김용남 대변인은 4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을 ‘무속신앙의 결과’로 몰아간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을 향해서 “해프닝인데 완전히 뭐 한 건 잡았다는 식으로 계속하는 것 같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이어 진행자가 ‘방역 때문에 손소독제를 바르거나 닦으면 웬만한 것은 지워지지 않나. 손을 씻지 않나’라는 질문에는 “주로 손가락 위주로 씻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지난 8월 무속인과 함께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난 사실에 대해선 “그 자리에 동석한 정갑윤 전 부의장께서 대동하고 나오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윤석열 캠프는 이번 사건을 ‘소탈한 대중 정치인의 면모’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근식 비전전략실장은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보통의 정치인 중에 특권층 의식이 강한 사람은 시장 가서 상인들 악수하고도 바로 화장실 가서 씻는다는 것 아니냐. (윤 전 총장은) 그만큼 스스럼없는 대중 정치인”이라며 “(이번 논란이) 후보로서의 행동의 무거움을 다시 윤 후보도 깊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가락 위주로 씻어서”라는 윤석열 캠프의 해명이 홍준표 캠프는 “거짓 해명이 계속해서 거짓말을 낳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어떤 분은 속옷까지 빨간색으로 입고 다닌다”는 전날 윤 전 총장의 반격에 “거짓말 퍼레이드와 물타기 공격 중단하라”고 반발했다. 여명 대변인은 “이제 변명거리가 없으니 남의 속옷까지 시비 거는 유치함을 보이는 것인가”라며 “홍 후보는 2008년 원내대표 시절 붉은색은 정의와 순수의 상징으로 붉은 넥타이나 속옷을 선호한다고 밝히 바 있다. 이는 윤 후보의 특정한 염원을 담은 손바닥 글씨와 비교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유승민 캠프는 “지지자가 5차 토론에만 써준 것”, “손세정제로 지우려 했지만 안 지워져”, “3차 (토론회) 때부터 써줬고 5차는 덧칠해 커진 것”이라는 윤석열 캠프의 해명을 열거한 뒤 “윤석열 후보와 그 참모들이 이틀새 쏟어낸 거짓말들이 엇갈리고 헷갈려 정리하기에도 어지러울 지경”이라고 꼬집었다. 권성주 대변인은 ‘손가락 위주로 씻었다’는 해명을 “말장난”이라고 지적한 뒤 “윤석열 후보는 이제 거짓말 끝말잇기를 멈추고, 국민을 속이고 기만한 죄에 대해 석고대죄 해야 한다. 이번만큼은 무속인 아닌 국민의 충고를 듣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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