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가운데) 대표, 김기현 원내대표(왼쪽), 김재원 최고위원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의 힘겨루기가 전면전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윤 후보는 15일 최고위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고, 이 대표는 공개 발언을 일절 하지 않은 채 회의를 끝냈다. 이 대표가 임명한 한기호 사무총장의 거취를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어서다.
국민의힘 공보실은 이날 오전 최고위 회의가 시작되기 50분 전 “윤석열 후보께서 금일 오전 다른 일정 관계로 최고위에 참석하시지 못하게 됐다”고 공지했다. 윤 후보 쪽은 전날 밤 불참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후보 쪽은 <한겨레>에 “선대위와 관련해 비공개로 외부 인사를 만나게 돼 불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윤석열 캠프에서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았던 김영환 전 의원은 이날 오전 최고위가 열리기 전 페이스북에 “국민의힘 당직자는 이 대표를 통해 일괄사표를 내야 한다”며 “윤 후보에게 당직 선택의 기회를 줘야 한다. 그것이 당헌이 정한 당무우선권”이라고 적었다. 또 “한(기호) 사무총장이 윤석열 후보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이준석 대표에게 사의를 표했다. 그의 살신성인 백의종군의 정신이 이어졌으면 한다. 이준석이 이런 정신을 가져줬으면 좋겠다”며 이 대표를 압박했다.
이날 오전 9시 국회에서 최고위 회의가 열렸지만 이 대표는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저는 공개 발언이 없습니다”라며 입을 닫았고 비공개 회의도 없이 20분 만에 회의를 끝냈다. 회의 뒤 현장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백브리핑도 생략했다. 윤 후보 쪽에서 주요 당직 교체를 압박하는 데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윤 후보와 가까운 중진 의원들이 한 사무총장에게 연락해 거취에 대해 압박한 것으로 들었다”며 “공개적으로는 사무총장 교체를 요구한 적 없다고 해놓고 뒤에서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윤 후보 쪽도 주도권 다툼에서 물러날 기세는 아니다. 특히 사무총장은 수백억원 규모의 대선자금을 관리하고 향후 지방선거 공천 등에서 막중한 역할을 맡는 당직인 만큼 후보와 호흡이 맞는 인사를 앉혀야 한다는 게 윤 후보 쪽 입장이다. 윤 후보 캠프 비전전략실장이었던 김근식 경남대 교수도 이날 <시비에스>(CBS) 인터뷰에서 “그동안 대선 때 보면 대부분 후보의 의중을 잘 반영할 수 있는 사무총장이 선대본부장을 겸하는 게 관례였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물밑에서 신경전이 있다”며 “당무우선권이라는 것이 당헌당규에 명시는 되어 있는데 이 규정을 들어 네가 옳으니 내가 옳으니 싸우기 시작하면 이제 좀 힘들어진다”고 우려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