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전국민 선대위·청년과 함께 만드는 대한민국 대전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이재명의 민주당’을 선언하며 문재인 정부와 본격적인 차별화 행보에 나섰다. 민주당과의 분리 기조를 통해 이 후보의 ‘선명성’을 강조하겠다는 전략이지만, ‘차별화 전략’이 지지층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 후보는 22일 ‘청년과 함께 만드는 대한민국 대전환’을 내건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오늘은 새로운 민주당의 첫 1일차로 생각된다”며 “국민 여러분의 새로움과 변화, 혁신, 개혁에 대한 열망을 담아서 이재명의 민주당, 새로운 민주당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새로운 출발은 철저한 반성에서 시작된다. 저와 민주당은 따끔한 회초리를 맞을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민심 이반’을 의식한 듯 “부동산 문제로 청년과 무주택 서민의 고통이 가중된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 말씀드린다”며 “국민의 비판을 수렴하지 않고 내로남불식 남 탓이라든지 전세계적 현상이라는 등 외부 조건에 책임 전가한 점도 반성한다”고 밝혔다. 또 “그동안 발생한 요소수 문제나 주택 대출 문제도 기민하게 반응했는지 다시 한 번 되돌아봐야 한다”고 정면 비판했고, 청년들을 향해 “역사상 가장 취약한 계층으로 만들어버린 데 대해 다시 한 번 사과드리고 무한 책임을 느낀다”, “깊은 반성과 성찰만큼 더 높은 책임감으로 실현 가능한 대안을 만들어내고 성과를 통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집값 폭등, 요소수 대응, 청년들의 좌절 등에 대해 거듭 “반성”, “성찰”, “사과”를 반복한 것이다. 그는 자신의 ‘대장동 의혹’ 대응방식도 사과했다. 그는 “국민께서 ‘왜 다 환수하지 못했냐’, ‘왜 민간에 저런 비리 잔치를 예방하지 못했냐’는 지적에 대해 나는 책임이 없다고 말한 것 자체가 잘못임을 인정한다”며 “그 자체가 저의 책임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후보 쪽은 좀처럼 오르지 않는 지지율의 근본 원인을 ‘대장동 의혹’ 및 대처 방식, 문재인 정부와 집권 여당의 ‘정책 실패’에 있다고 보고 있다. 선대위의 한 의원은 “문재인 정부과 민주당의 특히 부동산 정책 실패로 불만이 팽배하다”며 ”후보가 차별화를 해야하는데 민주당에 묻혀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선대위 회의에서 그동안 회의때마다 입었던 민주당 점퍼도 처음으로 입지 않았다. 그간 이 후보가 선대위에서 다선 의원들 사이에서 똑같은 파란색 점퍼를 입고 있는 것이 청년들에게 반감을 일으킨다는 비판이 당 일각에서 나왔다고 한다.
다만 당 내부에선 이 후보의 ‘발언 방식’을 두고는 불편한 기색도 나타내고 있다. 선대위 관계자는 “변화와 쇄신이 필요해 이 후보를 대선 후보로 선택한 건 맞지만, 여전히 높은 문 대통령 지지율도 봐야 한다. 전통 지지층 이탈을 막기 위해 ‘잘한 건 잘했다’고 하면서 차별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티비에스>(TBS) 의뢰로 지난 19~20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문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를 물은 결과 긍정평가는 43.1%, 부정평가는 52.6%였다.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은 이 후보 39.5%,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40%였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책인 건 알겠는데, 그게 문제라고 백번 얘기하면 뭐하냐. 결국은 ‘난 이렇게 하겠다’고 대책을 같이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 후보의 발언을 들어보면, 후보는 지지율이 높은데 꼭 당만 잘못해서 그렇다고 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며 “지지율은 후보 책임도 무시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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