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대본부장이 지난 19일 서울서부지법에 지상파 3사에 대한 대통령 후보 초청토론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하기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서부지법이 26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 국민의당이 낸 ‘양자 티브이토론’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함에 따라, 지상파 방송3사가 공동으로 30일이나 31일 열려 했던 양자토론은 무산됐다. 서울남부지법도 이날 저녁 심상정 정의당 후보와 정의당이 낸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이제 관심은 4자토론은 빠른 시일 내에 제대로 성사될 수 있을지에 쏠린다.
사실 방송3사들이 처음부터 양자토론을 원했던 건 아니다. <문화방송>은 지난해 12월 양자 또는 4자토론을, <한국방송>과 <에스비에스>는 4자토론을 각 당에 제안했다. 각 방송사들 관계자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은 모두 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국민의힘은 분명한 답을 하지 않았다.
방송3사들이 공동으로 양자토론을 하기로 했던 것은 지난 17일 민주당과 국민의힘 거대 양당끼리 토론회 개최에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엔 자칫 법정토론회 3회로 대선 후보 토론회가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질 때였다. 방송사들 토론회 논의가 진척되지 않으며 오히려 유튜브 채널의 후보 인터뷰들이 더 호평을 받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방송사들이 양자토론 제안을 받아들인 것은 울며겨자먹기였다”라는 표현이 방송사에서 나오는 이유다. 전국언론노조 이은용 민실위위원장은 “애초 거대 양당의 합의 자체가 다양한 정치적 견해를 가진 시민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었다”며 “양자토론을 사실상 강제했다는 점에서 방송사의 편성권을 침해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방송3사는 이날 판결 이후 네개 정당에 공문을 보내 원래 양자토론이 예정됐던 31일과 설 연휴 직후인 2월3일 두개를 4자토론회 날짜로 제안했다. 한 방송사의 실무 관계자는 개인적 의견을 전제로 “4자토론을 제안한만큼 안 나오겠다는 후보가 있다면 이번엔 빼고서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토론에 응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정치적 행위로 국민들이 판단해야 할 사안이라 본다”고 말했다. 이날 서부지법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등을 포함시킬 경우 국민의힘측에서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토론회가 무산될 수 있다’는 방송사들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윤석열(후보)이 토론회에 불참해도 ‘출연에 응한 후보자만으로 토론방송을 실시할 수 있다는 취지의 규정이 방송사엔 있다’”고 판결문에 명시했다.
현재로선 방송3사 4자토론이 무산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도 이날 “법원 결정을 존중한다”며 4자토론에 대한 질문에는 “어떤 형식이든 상관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다시 날짜와 형식을 두고 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 토론회 날짜가 미뤄지고 그 결과 전체 토론회 횟수가 줄어들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대통령선거 40여일을 앞두고도 제대로 된 후보자간 티브이 토론회가 이뤄지지 않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유권자에게 돌아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영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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