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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이재명 ‘…’ 박지현 ‘…’ 3연패 위기 민주당, 출구조사에 침묵

등록 2022-06-01 20:24수정 2022-06-02 04:51

이재명 후보 책임론 불거질 듯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상임선대위원장과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1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발표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상임선대위원장과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1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발표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이 3연패 늪에 빠질 위기다.

1일 오후 7시30분 발표된 방송3사 지방선거 출구조사 결과, 4년 전 광역단체장 17곳 중 14곳을 석권했던 민주당은 전남·전북·광주 등 호남지역 3곳과 제주 지역에서만 우세를 달리고 있다. 그밖에 경기, 대전, 세종 등 3곳에서 경합을 벌이고 있으나 승리를 장담하긴 어렵다. 많으면 6~7곳, 최악의 경우 4곳에서 간신히 수성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22일만에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국정안정론’에 밀려 일찌감치 민주당의 고전이 예상되긴 했으나, 참패의 그림자가 드리운 것이다.

이날 오후 7시30분 여당의 낙승을 예고한 방송 3사의 광역단체장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 마련된 민주당 개표상황실은 침묵에 잠겼다. 나란히 앉은 박지현·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은 이재명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 박홍근 원내대표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결과를 지켜봤다.

출구조사 방송 화면에 호남, 제주 외 지역에서 국민의힘이 앞서고 접전지에서도 민주당이 뒤처진다는 결과가 나오자 장내에는 적막이 감돌았다. 10분 정도 방송을 지켜보던 이재명 위원장은 출구조사를 본 소감이 어떤지 묻는 기자들의 말에 답을 하지 않은 채 가장 먼저 상황실을 떠났다. 이내 민주당 지도부도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섰다. 상황실을 떠나던 박지현 위원장은 취재진을 만나 “예상했던 것보다 더 안 좋게 나왔다. 아쉬운 마음이 크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4·7재보궐선거와 지난 3월 대선 패배에 이어 지방선거에서도 패색이 짙은 만큼, 이날 최종 결과에 따라 당내 갈등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지선에 집중한다는 명분 아래 대선 평가도 미뤄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일차적으로는 ‘대선 패장의 출마에 명분이 없다’는 당내 비판을 뚫고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후보의 책임론이 불거질 전망이다. 이 후보는 “전국 과반 승리를 이끌겠다”며 출마했지만 민주당 텃밭인 계양을에서마저 접전을 벌이게 되자 전국 선거를 뒷전으로 미뤘다. 선거운동 막판 지도부 내 갈등을 노출해 현장의 후보들로부터 유세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비판을 산 박지현·윤호중 위원장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한겨레>에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대체로 여당 후보들에 견줘 인물론에서 밀리지 않았다”며 “그런데 선거에서 당 지도부가 잘한 게 하나라도 있었나. 캠페인도, 지도부 의사결정도 엉망이었다”고 말했다.

광역단체장에서 6곳 이상을 사수하지 못할 경우 당장 2일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윤호중-박지현’ 투톱체제의 비대위는 해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당헌·당규에 따라 박홍근 원내대표가 권한대행을 맡아 8월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를 선출하기까지 비대위 체제를 끌어가게 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윤 위원장은 부진한 선거에 대해 책임을 지고 선거 직후 물러난다는 뜻을 밝혀왔다”며 “전당대회를 7월로 당기자는 주장이 커질 수도 있으나 큰 쟁점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파열음은 당장 박지현 위원장이 제안하고 현 비대위가 동의한 ‘5대 혁신 약속’ 이행 문제를 두고 터져나올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는 앞서 △더 젊고 역동적인 민주당 △더 엄격한 민주당 △더 충실하게 약속을 지키는 민주당 등을 뼈대로 한 혁신안에 뜻을 모았다. ‘더 젊은 민주당’을 기조로 삼은 혁신안은 ‘86 용퇴론’ 등 세대교체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전당대회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86그룹 의원들의 감정을 건드릴 수 있는 대목이다. 민주당의 또다른 관계자는 “그동안 86 용퇴론이 구호에 그쳤다면, 당이 위기상황인 만큼 이번 전당대회 과정에서는 보다 힘을 얻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혁신위원장을 누구에게 맡기느냐를 두고도 전선이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혁신안을 마련할 혁신위원장은 2년 뒤 치를 총선의 공천 혁신안을 마련하고 2개월 뒤 전당대회 판도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재명 후보가 원내에 입성할 경우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큰 만큼 이 후보와 가까운 박 위원장에게 혁신위원장을 맡길 경우 친문재인계 의원들의 반발이 불가피하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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