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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지역구 내려놓고 ‘험지’가는 중진 홍익표, 당내 중진들 압박 될까

등록 2022-06-27 16:26수정 2022-06-27 18:12

정치BAR_엄지원의 측면지원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 왼쪽). 오른 쪽은 박경미 전 의원. 한겨레 자료사진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 왼쪽). 오른 쪽은 박경미 전 의원. 한겨레 자료사진
“다선들한텐 지진이 일겠네요.”

더불어민주당 3선인 홍익표 의원이 지역구인 서울 중·성동갑 대신 국민의힘 텃밭인 서울 서초을로 터를 옮기기로 결심했단 소식이 전해지자, 27일 한 더불어민주당 당직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북한 전문가인 홍 의원은 2012년 19대 총선 당시 한양대 동문이자 친구인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당시 민주당 사무총장)에게 지역구를 물려받아 이 지역에 입성했습니다. 이후 20대, 21대 총선에서 내리 당선되며 수석대변인과 정책위의장, 민주연구원장 등 주요 당직을 지냈습니다. 당내에선 정책에 두루 밝은 정책통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민주당은 8월28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최근 조직을 정비중입니다. 전국 253개 지역의 상황을 살피고, 지역위원장의 궐위 등으로 리더십 공백이 생긴 지역엔 새 지역위원장을 임명하는 작업입니다. 지난 총선에서 지역구 163곳을 꿰찬 민주당의 경우 특히 수도권 지역은 대부분 쟁쟁한 현역 의원들이 버티고 있는 데다 차기 총선 전망도 밝지 않아 신인들이 비집고 들어갈 여지가 적어 보입니다. 그런 와중에 홍 의원이 터전을 비워주고, 보수의 아성인 서초을 지역위원장에 도전한 겁니다. 서초을 지역은 지난 총선에서 박경미 전 청와대 대변인이 도전했다 낙선한 곳으로, 민주화 이후 단 한번도 민주당계 정당에게 의석을 내어준 적이 없습니다.

홍 의원은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대선과 지방선거 결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당의 모든 구성원이 책임의식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당 안팎에선 변화를 요구하는데 그에 물꼬가 됐으면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그는 “지난해 4·7 재보궐선거부터 서울 지역에서 내리 졌는데, 그 배경을 살피면 강남과 서초 지역에서 너무 일방적으로 뒤졌다. 적어도 그 지역에서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전체 선거에서 이기기 어렵겠다고 봤다”고 설명했습니다. 당 지지율이 좀체 오르지 않는 험지에서 뜀으로써 선거 패배에 본인 나름의 책임을 지겠단 취지입니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에서 서울지역 구청장들이 줄줄이 낙선하는 가운데, 일각에선 홍 의원이 친구인 임종석 전 실장에게 지역구를 되돌려주기 위해 물러서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옵니다. 다만 임 전 실장은 이번 지역위원장 공모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임 전 실장 주변에서도 “비서실장까지 지낸 임종석이 그런 방식의 정치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홍 의원의 결심으로 궐석 상태가 된 중·성동갑 지역위원장은 추가공모를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홍 의원의 결심이 알려지자 민주당 안에선 당장 3선 이상 다선 의원들이 상당한 압박을 받을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나비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다선의원들은 밤에 잠이 안 오겠다”는 말도 나옵니다. 지난 1월 민주당 정당혁신추진위원회는 당 소속 국회의원의 동일 지역 4선 연임 제한을 추진하는 방안을 포함한 혁신안을 발표했습니다. “기득권을 내려놓고 정치권 진입이 어려운 정치 신인에게 길을 터주자”는 취지입니다.

이같은 방안을 두고 당시 당내에선 고육책이란 반응과 정치적 책임을 고려하지 않은 반정치적인 방안이라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차기 총선에서도, 현역 의원들의 반발 때문에 당헌당규에 명문화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홍 의원 역시 “당이 당헌당규를 통해 3선 이상 연임 제한에 나서는 것엔 반대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의원들이 받게 될 정치적 부담에 대해선 “그게 정치고 정치적 책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정치인의 책임을 당규로 제한하기보단, 정치인 스스로 적극적으로 끌어안아야 한단 뜻입니다.

지방선거 참패 이후, 민주당 안에선 ‘책임론’과 ‘쇄신론’이 쏟아져 나옵니다. 다만 행동으로 보여주는 이는 적습니다. 홍 의원의 험지행은 쇄신의 나비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요. 미풍으로 그칠지, 지진으로 이어질지 아직은 내다보기 어렵습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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