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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민주당은 누구를 위한 정당이더라…이재명 발언이 불러온 의문

등록 2022-08-02 07:00수정 2022-08-02 13:34

정치BAR_엄지원의 측면지원
지난 2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에서 선출된 당 대표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도종환 선거관리위원장, 박용진·이재명·강훈식 후보, 우상호 비대위원장. 공동취재사진
지난 2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에서 선출된 당 대표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도종환 선거관리위원장, 박용진·이재명·강훈식 후보, 우상호 비대위원장. 공동취재사진

“제가 아는 바로는 고학력·고소득자, 소위 부자라고 하는 분중에 우리(민주당) 지지자가 더 많아요. 저학력·저소득층에 국민의힘 지지(자)가 많아요. 안타까운 현실인데, 언론 환경 때문에 그래요.”

지난 7월2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내놓은 발언이 정치권에선 여러 논란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주로 ‘저학력·저소득층’이라는 표현에서 선민의식이 드러난다는 주장과 ‘뭐든 언론 탓 한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대선 때 서민 동네에서 더 많은 지지를 받았다’거나 ‘저소득층 중에서도 60대 이상 고령층이 국민의힘을 지지해서 나타난 착시현상’이라는 일종의 ‘팩트체크’성 지적들도 있었습니다. 당 안팎에서 집중포화가 쏟아지자 이 의원 쪽은 ‘전체 발언의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왜곡’이라고 항변했습니다. 그래서 해당 표현이 담긴 전체 발언을 챙겨 봤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민주당이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당이라고 얘기했잖아요. 사실 (방송 보시는 분 중에) ‘어? 나 서민 아닌데?’, ‘내가 중산층인가?’ 이런 분이 많습니다. 사회구조가 항아리형이 아니고 호리병처럼 되면서, 부자는 많고 중간은 없고 서민만 있는 사회구조가 되니까 ‘우리가 서민과 중산층이 아니라 진보적 대중정당으로 가야 하는 거 아니냐’ 요새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해요. 전 스스로 부자라고 생각하는 분이 우리 사회에 일정 포션(비율)으로 있는데 ‘서민과 중산층?’, ‘부자는 적인가?’ 이런 게 있는데 제가 아는 바로는 고학력·고소득자, 소위 부자라고 하는 분이 우리 지지자가 더 많습니다. 저학력·저소득층이 국민의힘 지지가 많아요. 안타까운 현실인데, 언론 때문에 그렇죠. 언론 환경 때문이에요. 전 부자를 배제할 필요가 없다고 봐요. 요새 ‘민주주의를 넘어 공화주의로 가야 한다’ 이런 얘기도 많아요. 함께 조화롭게 살아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세금 많이 내는 부자들을 존중하는 사회가 돼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일각에서 비판하듯 이 의원의 발언에 저학력·저소득층에 대한 비하나 차별적 시선이 담겨 있다고 보긴 어려울 수 있습니다. 다만 발언의 전체 맥락을 보면, 정작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대목은 따로 있습니다.

이 의원이 언급하듯 가난한 이들이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진보·개혁 성향의 정당보다, 기득권 지배체제를 공고히 하는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계급배반 투표’를 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은 정치학의 오래된 화두입니다. 이 때문에 보통 진보·개혁 진영에서 계급배반 투표를 언급할 땐 이들의 정책 타깃인 저소득층, 서민층의 ‘필요’와 이들의 ‘투표행위’의 간극에 주목합니다. 그러나 이 의원은 오히려 ‘고소득층에 우리의 지지층이 있으니 그들을 배제할 필요가 없다’고 결론을 맺습니다. 사실상 ‘서민정당’으로 자리매김해온 민주당의 무게추를 옮겨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죠.

이 의원의 질문은 문재인 정부 5년의 집권을 반성적으로 돌아보는 민주당의 현재와 미래에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그가 향후 2년 민주당을 이끌 당권주자들 중 가장 유력한 후보임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박근혜 정권까지의 민주당은 ‘권위주의 시대의 잔재와 싸우는 야당’ ‘서민의 정당’이란 면모가 강했지만 문재인 정부 5년을 거치며 민주당 안에선 ‘대중정당’으로 가야 한다는 고민의 목소리들이 많이 나옵니다. 특히 부동산 정책의 실패에서 비롯된 ‘강남좌파’ ‘수도권 지지층’의 이탈이 이런 고민에 속도를 더한 것 같습니다. “노선이 아니라, 무능이 문제”라는 말을 민주당 의원들의 입에서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적 이해를 함께하는 사람들의 집단인 정당에 ‘누구를 대변할 것인가’의 문제는 핵심적인 질문입니다. 부자와 빈자를 모두 대변하는 정당, 기업과 노동자 모두의 편인 정당이 가능할까요? 이 때문에 이 의원의 주장이 나온 뒤 당내에선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세운 ‘서민과 중산층의 정당’이라는 핵심 노선에서 이탈하려는 것이냐는 견제의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고위원 후보인 윤영찬 의원은 1일 <와이티엔>(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저는 우리 민주당이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으로서의 가치를 더 높여야하고, 그것을 높이 들지 않았기 때문에 대선과 지방선거에서도 우리 당의 길을 잃어버렸다고 판단한다”며 “이 부분들을 흔드는 논의를 시작한다면 당내 큰 파장이 불가피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최고위원 선거에 나선 송갑석 의원도 지난 31일 “전세계적으로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는 누구의 편에 서고 누구를 대변해야 하냐. 우리는 더욱 서민들의 삶에 집중해야 하고, 중산층을 복원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며 이 의원의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당 대표 후보인 강훈식 의원은 같은 날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5년 간 문재인 정부를 지나면서 민주당은 모두를 위한 정당이었다”며 “그래서 구체적으로 민주당이 누구를 위한 정당이었는지 밝혀내지 못했고 정치적 효능감을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고 말했습니다. 박용진 의원도 “왜 우린 사회적 약자의 친구가 되지 못했을까, 왜 우린 그들과 연대하지 못했을까. 민주당의 길을 멀리서 찾지 마시라”며 손사래를 쳤습니다.

다시, 왜 가난한 이들은 ‘계급배반 투표’를 하는지로 돌아가봅니다. 미국의 언론인 토마스 프랭크는 한때 가장 가장 급진적인 도시였던 캔자스 주의 주민들이 왜 민주당을 비토하고 공화당을 지지하게 됐는지를 저서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갈라파고스)에서 실증적으로 분석했습니다. 이 책에서 그는 보수 우파의 정치 전략이 먹혀든 것과 함께, 미국 민주당이 경제 문제를 정치 의제로 만드는 데 실패한 것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결국 ‘문제는 경제’고 실패한 것은 민주당의 전략이었던 셈이죠.

8·28 전당대회까지 4주의 시간을 남겨둔 민주당에선 앞으로도 지난 5년간 묵혀온 다양한 의제들이 논쟁의 테이블에 오를 것 같습니다. 시민들을 위해, 어떤 민주당을 만들어갈 것이냐를 두고 더 날카로운 논쟁이 벌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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