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학제개편안 관련 학부모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대통령실이 2일 초등학교 입학 나이를 만 6살에서 5살로 1년 앞당기는 교육부의 학제 개편안에 대해 “아무리 좋은 개혁 정책 내용이라도 국민 뜻을 거스르고 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충분한 공론화나 준비를 거치지 않은 채 정책을 강행하려다 한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취학연령 하향은 유아 교육과 보육의 통합, 방과후 돌봄 등 다른 개혁 과제들과 직간접적으로 엮여 있어 뭉친 실타래를 동시에 풀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겠지만, 그 자체로 목표인 것은 아니다”라며 “필요한 개혁이라도 관계자들 간 이해가 상충되는 부분이 있어 공론화와 숙의가 필요하니 교육부가 신속하게 공론화를 추진하고 국회에서 초당적 논의가 가능하도록 촉진자 역할을 해달라는 것이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한 윤석열 대통령 지시사항이었다”고 말했다.
안 수석은 “입학연령 하향 정책은 노무현 정부에서도 추진했고, 영미권 중심으로 선진국에서도 시행하는 것으로 여러 장점이 있는 개혁 방향인 것은 사실”이라며 “노동, 연금 개혁 등 모든 종류의 개혁이 마찬가지겠지만, 교육 개혁도 대통령과 내각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부분이 크다”고 말했다. 입학 연령을 낮추려면 국회에서 관련 법 개정을 해야 한다. 그는 정책 백지화 가능성을 묻는 물음에 “아무리 좋은 개혁 정책 내용이라도 국민 뜻을 거스르고 갈 수는 없을 것이다. (취학연령 하향은) 지금 결론이 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국민이 어떻게 생각할지 공론화를 통해 확인해보는 출발 단계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여지를 뒀다.
2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안상훈 사회수석이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5살로 한 해 낮추는 학제개편안 등 현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연합뉴스
안 수석의 언급은 거센 비판을 받는 초등학교 취학연령 하향 정책을 ‘공론화’를 명분으로 대통령실이 거둬들이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앞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이르면 오는 2025년까지 4년 동안 3개월씩’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앞당기는 방안을 윤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취학 연령을 1년 앞당기는 방안을 신속히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박 장관은 이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사립유치원연합회 등 교육단체와 학부모 등이 교육부가 사전 논의나 정책 연구도 없이 부적절한 정책을 내놨다며 일제히 비판하자 지난 1일 “매해 한 달씩 당겨 12년에 걸쳐 입학 연령을 당길 수도 있다”고 말을 바꿨다. 업무보고 나흘 만에 정책 수정을 내비친 것이다. 박 장관은 2일에는 학부모단체들과 만나 “열린 자세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것”이라면서도 “국민이 만약 이 정책이 아니라고 한다면 폐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통령실과 정부가 시민 생활에 밀접한 정책을 충분한 준비 없이 내놨다가 혼선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 사안이 폭발력이 크고 심각한 국정동력 훼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대통령실이 우왕좌왕 뒷수습에 나서고 있다”며 “애초 대통령실에서 장관 브리핑 전에 여론 수렴 등 리스크 점검을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이 교육, 노동과 함께 3대 과제로 언급한 연금개혁과 관련해 안 수석은 “국민연금의 모수개혁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중심을 잡고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수개혁은 보험료율이나 지급률 등 수치를 조정하는 방식이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