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가 4일 울산시 남구 엑소21컨벤션에서 열린 ‘울산 당원·지지자와의 만남의 자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8·28 전당대회를 앞두고 유력 주자인 이재명 의원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할 조짐을 보이자, 당 안에선 이를 풀어갈 방안을 두고 다양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다만 이 의원이 당권 경쟁에서 이변 없이 대세론을 굳혀갈 것이란 전망 속에, 당 안에서도 리스크 자체를 놓고 다투기보단 당 차원에서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의원 부인 김혜경씨가 연루된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수사중인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지난 3일 김씨의 수행비서인 배아무개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데 이어 관련 의혹을 처음 언론에 제보하고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 한 제보자를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이 앞서 ‘8월 중순에는 수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밝힌 만큼 곧 김씨의 소환조사가 임박한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이 사건 뿐 아니라 △백현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 △성남에프시(FC) 후원금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또다른 의혹들도 수사가 진행중이다.
이 의원 쪽에선 “대놓고 정치개입을 하겠다는 것 아니냐. 심각한 국기문란 행위”(3일 기자간담회)라며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이 의원의 최측근 정성호 의원은 지난 5일 <와이티엔>(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혐의가 없다고 확신하고 있다”며 “3월부터 경찰, 검찰이 몇 개월 째, 전방위로 모든 기관들이 나서서 조사하고 수사하고 있는데 나오는 게 없지 않냐”고 확언했다. 정치개입을 위한 부당한 수사란 프레임을 펴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이 의원은 지지층을 향해선 “모든 영역에서, 모든 방향에서 최대치의 공격이 이뤄지고 있다. 저도 인간이라 가끔 지치기도 한다”(4일 제주지역 당원 간담회)며 ‘읍소 전략’을 펼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도 ‘엄호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티비에스>(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경찰이) 가만 있다가 전당대회가 시작되니까 슬슬 소환하고 기사를 내잖냐”며 “이재명 후보를 겨냥한 대장동 등 여러 사건들에 대해 정치보복적인 목적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현정 비대위원도 지난 5일 “우리 당은 한마음 한뜻으로 정치보복을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의 대표 당선이 유력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재명 리스크’는 고스란히 민주당의 리스크로 전이되는 양상이다. 이 의원 지지 성향이 강한 권리당원들이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하는 내용을 담은 당헌 80조를 “개정하라”고 청원하고 나선 데 따른 것이다. 민주당이 새로 도입한 당원청원시스템에 따르면 당원 5만명이 동의한 청원은 지도부가 답변을 내놔야 한다. 이 청원이 요건을 채운 탓에 전당대회준비위원회가 이달 중순 당헌당규 개정과 관련한 논의를 마치면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당헌 80조의 개정 여부를 결론내야 한다.
당내에선 “어느 한 사람의 사법 리스크 때문에 당헌 80조를 삭제·변경하자고 하는 얘기가 나오는 거라면 이것은 분명히 사당화 노선으로 가고 있는 것”(박용진 당 대표 후보)이라는 목소리와 “특정인의 유불리 떠나 합리적 기준을 토론해야 한다”(강훈식 당 대표 후보)는 주장이 두루 나온다. 이 의원이 스스로 ‘결자해지’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친이낙연계의 한 의원은 “이재명 후보가 차라리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 내가 홀로 감당하겠다’고 선언한다면 당에서도 더 많은 지지를 받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계파색이 약한 또다른 의원은 “당헌의 기준을 두고 당내 논의를 할 순 있으나 전당대회를 앞두고 특정인을 위해 당헌을 고치는 건 모양새가 좋지 않다”며 “이 의원 스스로 입장을 정리해 내놓아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전당대회 이후 ‘이재명 체제’가 구축된다면 계파를 넘어 당 차원의 전면전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친문재인계의 한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대표가 되기 전까진 몰라도, 대표가 되는 순간 검찰이 때리면 함께 싸워야지, 도리가 없다. 이 의원과 당을 분리할 수 없을 것이다.”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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