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현 국가정보원장(가운데)이 26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정원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국정감사를 기다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김규현 국가정보원장이 조상준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의 사의 표명을 대통령실로부터 통보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유상범 국회 정보위원회 국민의힘 간사는 26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정원에서 비공개로 열린 국정원 국정감사 오전 질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조 기조실장의 갑작스러운 사의 표명과 관련 “국정원장이 어제 (저녁) 8시에서 9시 사이에 대통령실 관계자로부터 (조 실장의 사의 표명을) 유선 통보를 직접 받았고, 그래서 면직 처리됐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조 실장이 직접 원장에게 사의 표명의 전화를 한 바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도 전했다.
조 실장, 국정원장 ‘패싱’한 채 대통령실에 사의 표명
정보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윤건영 의원도 “(김 원장이 조 실장 사의를) 유선으로 통보받았고, 용산(대통령실)으로부터, 담당 비서관으로부터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고 했다.
조 전 실장이 직속 상관인 김 원장을 건너뛰고 대통령실에 직접 사의를 표한 것이 규정을 위반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윤 의원은 “(국정원에) 질문을 했지만 구체적인 답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날 오전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 출신 최측근으로 꼽히는 조 실장이 정보위 국감을 하루 앞두고 일신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그 이유를 두고 김규현 국정원장과의 인사 갈등설 등 각종 해석이 분분했다.
국정원 “서해 공무원 피격 당시 중국어선 유무 파악 못해”
또 이날 이날 국감에선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당시 주변에 중국 어선이 있었는지 여부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감사원 감사 결과, 2020년 9월 이대준씨가 피살당했을 당시 한자가 쓰여진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당시 주변에 중국 어선의 존재를 두고 논란이 인 바 있다.
유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박홍근 민주당 의원이 ‘서해 공무원 표류 당시 주변에 중국 어선이 있었고 해당 어선에 국정원 휴민트(인간 정보, 요원)가 승선했다’는 소문이 있다며 사실 여부를 확인하자, 국정원 쪽에서 “휴민트 승선은 사실이 아니며 중국 어선의 유무도 확인하지 못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국정원은 또 ‘합동참모본부 발표 전에 국정원이 서해 공무원의 표류 사실을 먼저 확인했다’는 감사원 조사 결과에 대해 “감사원에서 약간 착오가 있었던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아울러 국정원이 2020년 9월22일과 23일에 ‘서해 피살 공무원의 월북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취지의 분석 자료를 작성했다는 감사원 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질의가 있었지만, 국정원에서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답변하지 않았다고 유 의원은 설명했다.
“미 인플레 감축법 통과전 관계부처에 내용 보고”
이와 함께, 국정원은 이날 국감에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미 의회를 통과하기 전 내용을 파악해 관계부처에 그 내용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이와 관련 “날짜를 구체적으로 특정할 순 없지만, 적절한 시기에 (미 의회에서) 통과하기 전 동향보고를 관련 부처에 했다는 것이 국정원 답변이었다”고 전했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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