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 바로 옆인 지하철 6호선 이태원 1번출구를 찾은 한 추모객이 주저앉아 울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이태원 참사 국가애도기간이 끝나면서 참사 전후 정부 대응 실패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소재를 밝히는 작업이 국회를 중심으로 본격화할 전망이다. 여야가 국정조사 실시 여부를 놓고 맞서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이 ‘수사가 우선’이라며 이를 거부하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이 주도하는 국정조사가 실현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야권은 7일 예정된 원내대표 회동에서 국민의힘에 ‘국정조사에 동참하라’는 최후통첩을 한 뒤 오는 10일 ‘국정조사요구서’를 국회 본회의에 보고할 계획이다. 국정조사요구서가 보고된 뒤에는 여야가 위원회 구성을 협의하고 조사 범위를 확정하게 된다. 국민의힘이 이에 응하지 않더라도 정의당과 공조해 ‘국정조사계획’을 확정한 뒤 오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켜 국정조사를 개시하겠다는 게 민주당의 구상이다.
야당은 국정조사를 통해 대통령실 국가위기관리센터와 국정상황실 등 재난안전보고체계의 최상위 책임까지 따져물을 계획이다. 민주당 이태원참사대책본부(본부장 박찬대 의원)는 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과 중앙정부, 지방정부, 경찰, 누구든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성역없는 조사와 수사로 답을 해야 할 의무가 정부와 국회에 있다”고 밝혔다. 이태원참사대책본부는 경찰과 용산구·서울시 등의 현장 대처 실패를 넘어 △대통령실 경호와 집회에 배치된 기동대를 이태원으로 전환 배치할 수 없었는지 △그동안 구축했던 국가위기관리센터는 제대로 작동한 건지 △국가재난안전통신망은 왜 가동되지 않았는지 등의 의문을 제기했다. 이런 질문들이 국정조사의 주요 범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원내 핵심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여당이 위원회 구성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야당만의 국정조사에서 이태원파출소부터 대통령실까지 두루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당은 여전히 ‘수사 우선론’을 앞세워 국정조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민의힘 원내대표단의 한 의원은 “경찰 수사 결과가 미진하면 엘에이치(LH) 사태 때처럼 합동수사본부를 꾸려서 검찰이 개입할 수 있게 하거나 아니면 특검까지 고민해볼 수 있다. 국정조사는 실효성 측면에서 의미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원내대표단의 또다른 의원은 “단독 처리는 야당이 선택할 문제인데, 그렇게 일방적으로 간다고 하면 어느 쪽이 옳을지 국민들이 잘 판단하시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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