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맨 오른쪽),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오른쪽 둘째)이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태원 참사 애도 기간이 끝나면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 정부 책임자 경질론이 거세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졌지만 대통령실은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다”며 좌고우면하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6일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청년들을 지켜주지 못해 대통령으로서 아프고 무거운 마음을 가눌 길이 없다. 국가애도기간이 끝났지만 이 위로와 추모의 마음을 새겨 다시는 이 같은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할 책임이 대통령인 제게 있다”고 말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또 “무고한 희생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나라를 변화시키는 데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지만 책임자 문책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오전엔 김건희 여사와 서울 중구 명동성당의 미사에 참석하며 ‘추모 행보’만 이어갔다.
정치권에선 책임자를 교체하라는 요구가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용산이태원참사대책본부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 최고책임자인 윤 대통령은 국민 앞에 공식 사과하고 전면적인 국정 쇄신에 나서라”며 “한덕수 총리를 경질하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을 파면하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에서도 인책론·자진사퇴론이 공개적으로 터져나왔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에 “수습 뒤 정치책임을 묻겠다는 건 국민적 공분에 불을 지르는 어리석은 판단”이라며 “야당과 국민의 비난 대상이 된 인사들을 조속히 정리해야 국회 대책이 가능할 것”이라고 적었다. 중진인 서병수 의원도 “행정안전부 장관과 경찰청장, 용산구청장 등이 보여준 태도는 매우 유감스럽다”며 “공직자는 국민에게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 애도 기간도 끝났으니 이제는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적었다. 여당 지도부에서도 대통령의 결단을 기다리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한 의원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정쟁을 안 하고 야당에 끌려다니지 않으려면 용산이 수습책을 줘야 한다”며 “국민 여론은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거 아니냐. 예산 심사가 시작되기 전에 대통령실에서 정리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원내지도부의 한 의원도 “국민이 납득할 만한, 지위에 따른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주위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책임 회피 발언과 경찰의 부실대응으로 국민적 공분을 산 이상민 장관을 즉시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과 진상규명 결과가 나온 뒤 교체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 등이 윤 대통령에게 보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단, 야권 일각에서 거론하는 ‘내각 총사퇴’는 전혀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결국 인사권자인 윤 대통령이 결단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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