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용산소방서를 방문, 이태원 압사 참사 당시 현장 대응에 나섰던 소방관들과의 간담회를 마친 뒤 소방관들을 격려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저희 구급대원들은 현장에서 단 한순간도 걷지 않았습니다. 그런 행적들이 묻힐까봐 너무나 무섭고 두렵습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도와주십시오.”(이은주 용산소방서 구급팀장)
“서장님이 피의자 신분이 되셔서 많은 아픔을 느낍니다.”(김형락 용산소방서 감찰주임)
서울 용산소방서 소방관들은 9일 소방서를 찾은 여야 지도부를 향해 눈물을 흘리며 억울함과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은주 구급팀장은 이재명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 이태원 참사 당시 상황을 설명하다 끝내 눈물을 보였다. 참사 당일 밤새워 구조에 나섰지만 소방 대응 단계를 신속하게 발령하지 않았다는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로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이 입건된 데 대해 억울한 심경을 호소한 것이다. 이 팀장은 “그날 구급대원의 행적을 세밀히 정리하고 있는데, 헉헉대며 뛰어다니는 저희 직원들을 보면서 제가 거기 같이 있지 못해서 잘못된 건가 하는 죄의식도 느꼈다”며 울먹였다.
다른 용산소방서 직원들도 간담회에서 참담한 심경을 쏟아냈다. 김진철 행정팀장은 “현장에 처음으로 도착해서 마지막까지 지켰던 게 우리 소방인데 정작 그분(최성범 서장)을 입건했고 두차례 압수수색을 했다”며 “저희는 할 만큼 다 했고 억울한 부분이 너무나 많다”고 눈물을 삼켰다.
소방관들의 호소는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만남에서도 이어졌다. 김형락 용산소방서 감찰 주임은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누구보다 노력하셨던 서장님이 피의자 신분이 되셔서 압수수색을 당하셨다. 소방관들은 그걸 보고 더 많은 아픔을 느낀다. 그분들이 2차, 3차 정신 피해를 받는 일이 없도록 제발 부탁드린다”며 “현장에 있던 사람으로서 너무나 끔찍한 현장을 목격했다. 저와 소방서장님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약을 복용하고 있다”고 울컥해 했다. 간담회엔 입건된 최 서장도 참석했지만 상황보고 외엔 발언을 하지 않았다.
이재명 대표는 용산소방서 소방관들의 호소에 “국가적 대참사의 엄중한 책임이 일선에서 분투했던 여러분들에게 전가되거나 꼬리 자르기 방식으로 흐지부지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도 “억울하지 않게 책임 소재를 가리도록 하겠다”고 했다.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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