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 의원들이 3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윤석열 검찰 독재 규탄’, ‘김건희 특검수용’ 구호를 외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강제 구인을 위한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민주당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과 ‘김건희 여사 특검’ ‘장외집회’ 등 쓸 수 있는 모든 패를 꺼내들고 윤석열 정부와 전면전을 선언했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에 대한 맞불 성격이 짙지만, 2월 임시회 개회를 앞두고 ‘제1야당이 민생 대신 방탄을 택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은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윤석열 검사 독재 정권의 횡포와 만행이 정점에 치닫고 있다”며 “당 차원에서 윤석열 검사 독재 정권 규탄과 민생 파탄에 대한 국민보고대회를 이번 주말 서울에서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검사독재 규탄대회’는 이태원 참사 100일(2월5일)을 앞둔 다음달 4일 서울 숭례문 광장에서 열린다. 윤석열 정부 들어 야당 주도로 대규모 장외 집회가 열리는 것은 처음이다. 조 사무총장은 “윤석열 정권 검찰이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관련해) ‘묻지마 덮기’에 급급해 특검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높다. 뿐만 아니라 ‘난방비 폭탄’ 등 민생 파탄, ‘이란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적’ 발언, 이명박 전 대통령 중동 특사 검토 등 총체적인 국정 난맥과 파탄이 이어지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민주당은 공식적으론 민생 위기 대응과 대여 투쟁의 투트랙을 강조하며 ‘전면적인 장외투쟁에 나서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이번 서울 국민보고대회는 향후 본격적인 장외투쟁의 예열 작업이라는 게 중론이다. 민주당은 또한 다음달 초부터 지난해 정기국회 내내 군불을 때온 이상민 장관 탄핵과 김건희 여사 특검 도입에도 본격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한겨레>에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분노는 큰데 표출할 장이 없어 ‘왜 당이 나서지 않느냐’는 당원 요구가 굉장히 높다. 현재로선 지지층을 달래면서 당내 결집부터 해낼 필요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도부가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제출될 걸로 예상되는 시점에 대여 투쟁의 수위를 급격히 끌어올리는 것을 두고 당내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계파를 떠나 대체로 김건희 특검 도입 필요성 등에는 동의하면서도, 시기를 고려할 때 ‘방탄 투쟁’이라는 혐의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비이재명계 재선 의원은 “김건희 특검은 너무나 필요하다. 하지만 장외 집회나 특검이나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계기가 되는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으니 국민들이 동의하겠느냐”고 우려했다. 윤석열 정부와 전면전 수준의 강경책을 모두 뽑아든 상황에서 민생위기 극복을 위해 “2월 국회는 일하는 국회로 만들겠다”는 지도부의 말이 먹히겠냐는 지적도 나온다.
여당은 당장 ‘무책임한 제1야당’이라며 비판에 나섰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제1당이 장외로 나가는 것은 스스로 국회의원으로서 책무를 포기한 것이므로 바람직하지 않고 국민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이날 “(민주당이) 방탄 국회 오명을 벗으려면 야권과 손잡고 과감히 민생 법안 통과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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