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의원총회에서 새 원내대표로 선출된 배진교 의원이 꽃다발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혜영 의원, 이은주 전 원내대표, 배 원내대표. 연합뉴스
정의당이 새 원내대표로 배진교 의원을 선출한 지 열흘이 넘도록 원내수석부대표 등 원내대표단 구성에 난항을 겪고 있다. 원내대표 선출 과정 중 노출된 ‘재창당’ 노선 관련 당내 갈등이 출구를 찾지 못하면서, 그러잖아도 지지부진한 당 상황이 더욱 꼬이는 모양새다.
국회에선 통상 새 원내대표가 뽑히면 각 당 원내대표단이 서로를 방문해 상견례를 한다. 하지만 지난 9일 의원총회에서 선출된 배 원내대표는 21일까지도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 예방을 진행하지 못했다. 원내수석부대표와 원내대변인 등이 아직 공석인 탓이다.
원내대표단 구성이 이렇게 늦어지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데, 이는 당초 원내대표 선출이 유력했던 장혜영 의원을 배 원내대표가 사실상 주저앉힌 탓이 크다. 소속 의원이 6명인 정의당은 그동안 의원들이 돌아가며 원내대표를 맡아왔고, 배 원내대표는 이미 두 차례 원내대표를 지냈다. 정의당에선 관례상 이번엔 장 의원이 유력했는데, 배 원내대표가 선거가 임박해 돌연 출마를 선언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당 안에선 “장 의원과 류호정 의원이 원내지도부에 입성하면 당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배 원내대표의 갑작스러운 출마는 이런 기류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됐다. 장 의원은 류호정 의원과 함께 ‘정의당 해체 뒤 제 3지대를 겨냥한 신당 창당’을 주장하는 당내 의견모임 ‘세번째 권력’ 소속이다. 반면 배 원내대표는 이정미 대표와 같은 당내 최대 정파 ‘인천연합’ 소속으로, 자강 즉 정의당 정체성을 분명히 해 당을 혁신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사실상 대척점에 선 두 의원이 맞붙게 되면서 정의당은 원내대표 ‘합의 추대’에 실패했다. 원래 2일로 예정됐던 의총을 일주일 연기하며 이견 좁히기를 시도했지만, 끝내 접점을 찾지 못했다. 장 의원은 “당이 변화와 도전의 리더십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반발하며 출마 뜻을 철회했다. 배 원내대표는 세번째로 같은 직을 맡게 됐다.
갈등의 여진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최근 이정미 대표가 장 의원을 만나 원내수석부대표를 맡아달라 설득했지만 장 의원은 거절했다. 장 의원 쪽은 “이미 원내수석부대표를 두 차례 했기 때문에 다시 할 뜻이 없다”고 했다.
의원들 사이 감정의 골이 단기간에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정의당 안에선 당의 원내 행보가 더 제약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당 관계자는 “고작 6명에 불과한 의원 중에 3분의 1(장·류 의원)이 사실상 이탈한 상태에서 배 원내대표가 전세사기 대책·노란봉투법 등 주요 현안 대응에 제대로 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당직자는 “기왕 불거진 갈등이라면 재창당 방향을 두고 토론을 세게 벌이는 것도 방법인데, 그런 생산적인 논의 없이 서로 감정만 상한 채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배 원내대표와 장·류 의원이 재창당 방향을 두고 공개적으로 논쟁하면서 당내 갈등을 생산적으로 풀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배 원내대표는 오는 23일 의총에서 원내대표단 인선을 끝내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한겨레>에 “의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있고, 역할을 하겠다는 분들도 있다”며 “이번주 의총에선 원내대표단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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