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6일 “민주당이 2008년 미국산 쇠고기를 갖고 괴담을 퍼뜨리더니, 2017년에는 참외를, 금년에는 청정 수산물을 괴담 소재로 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북 성주군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기지의 환경영향평가서를 승인했다는 환경부의 지난 21일 발표 이후, 국민의힘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 등과 관련한 비판에 ‘가짜뉴스’ ‘괴담·선동’ 꼬리표를 붙여 전방위 공세를 펴는 모양새다.
김 대표는 이날 성주군청을 방문해 ‘사드 기지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유제철 환경부 차관에게 들은 뒤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사드 전자파가)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걸로 알려진다고 말했고, 박주민·표창원·소병훈 등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은 ‘전자파에 튀겨진다’는 섬뜩한 괴담을 했다”며 “이 정도면 괴담이 아니라 폭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당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우려를 ‘괴담’이라고 못박았다.
민주당은 오염수 방류가 “함께 쓰는 우물에 독극물을 퍼 넣는 것”(이재명 대표) 등의 비판을 해왔다. 이에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가짜뉴스·괴담으로 국민을 선동한다고 반박했는데, 사드 환경영향평가 발표로 이런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민주당 주장이 가짜뉴스라는 ‘근거’를 얻었다고 판단해, 오염수 우려도 괴담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펴는 것이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사드 사태는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의 ‘미리보기’와 다름없다”며 “가짜뉴스로 정부와 과학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국민들 공포를 극대화한 뒤, 선거만 끝나면 잊히길 기다리는 민주당의 선전·선동 전략”이라고 말했다. 김기현 대표는 지난 23일 사드 환경영향평가 발표와 관련해 국방부·환경부 장관을 당으로 불러 “중대적 국가적 사안을 당과 상의없이 발표하냐”며 당정이 조율되지 않으면 민주당의 ‘괴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의 수능 발언이 낳은 교육 현장 혼란도 “여의도발 괴담과 선동” 탓이라고 비난했다. 야당의 비판, 일부 ‘일타 강사’의 반발을 겨냥해 “대통령 발언 취지를 왜곡해 거짓 선동으로 학부모와 학생들을 불안하게 만들어 자신들의 경제 사회적 이익 구조를 지키려는 세력이 있다”(이태규 의원)고 한 것이다. <한국방송>(KBS)·<문화방송>(MBC) 등 공영방송도 “한쪽 주장만 일방적으로 퍼나르는 민주당, 민(주)노총 프로파간다 매체”(김기현 대표)라며 가짜뉴스·괴담의 진원지로 공격받고 있다.
국민의힘의 이런 태도는 국민 불안과 혼란을 수습하는 동시에,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시도로 보인다. 하지만 입맛에 안 는 주장은 무조건 폄훼하는 독단적인 태도인데다, 정치 혐오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무당층에게 정치 혐오를 촉발해 (이들이) 정치로부터 점점 멀어지게 하는 현상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