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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낙지탕탕이” “똥파리”…혐오·비하 넘치는 이재명표 ‘블루웨이브’

등록 2023-07-14 07:00수정 2023-07-14 14:28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 회의 전 당원 커뮤니티 ‘블루 웨이브’ 시연을 보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 회의 전 당원 커뮤니티 ‘블루 웨이브’ 시연을 보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작은 물결이 모여 큰 파도가 되는 이곳’을 표방하고 지난 10일 문을 연 더불어민주당 당원 커뮤니티 ‘블루웨이브’가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는 강성당원들의 막말과 비하발언 등으로 뒤덮이고 있다. 당 안에서 “이 대표가 당의 이름으로 강성당원들에게 판을 깔아줬다”(한 당직자)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14일 현재 공개 5일차를 맞은 블루웨이브엔 모두 1130여건의 글이 올라와있다. ‘당원존’ ‘일상/라이프’ ‘이슈/토픽’ 등 크게 6개의 카테고리로 나뉘어져 있고, 그 아래에 각각 여러 개의 소주제로 분류된 게시판이 딸려있다. ‘당원존’ 아래엔 ‘토론게시판’ ‘칭찬합니다’ 등의 게시판이, ‘일상/라이프’ 카테고리엔 ‘나이대별’, ‘투자/재테크’ ‘반려동물’ ‘음악’ 등의 게시판이 있는 식이다. 형식은 통상적인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사하지만, 민주당 당원 커뮤니티답게 게시판 가운데서도 가장 많은 글이 올라온 건 당원존(870여건)이고, 그 중에서도 자유게시판이 800여건으로 가장 많다.

게시글은 로그인 없이도 읽을 수 있지만, 작성은 당비를 6개월 이상 납부한 권리당원이 회원으로 가입해야 가능하다. 하루 평균 200건이라는 게시글의 ‘양’만 보면,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블루웨이브 공개 소식을 알리며 “당원 모두가 마음껏 소통하면 좋겠다”고 한 이재명 대표의 바람이 어느 정도는 이뤄진 것처럼 보인다.

문제는 게시글의 ‘질’이다. 기존 민주당 홈페이지의 당원존이 바뀌어서 더 불편하단 글엔 “수박(강성당원들이 비이재명계를 일컫는 멸칭)들이 당원이랍시고 글 도배 못해서 그러나?” “우리 뮨파오소리(문재인 전 대통령 지지층을 일컫는 멸칭)는 그런 불만 없습니다” 같은 댓글이 달려 있다. ‘이낙연 왜 욕하는 거야?’라는 제목으로 쓴 글 내용은 “설마 국힘도 아닌 같은 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장동 연루되어 있다는 루머 퍼뜨리기를 했음? 그러지 않고서야 욕할 리가 ㅋ​”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를 비난하는 글이고, 여기에 달린 댓글 역시 “대선 패배의 주역~ 당대표와 당원들 앞에 사죄부터”라며 이 전 대표를 겨냥하고 있다. ‘낙지탕탕이’ ‘낙엽’ ‘똥파리’처럼 강성당원들이 이 전 대표나 그 지지자들을 비하하는 표현도 드물지 않다.

반면, 이재명 대표와 관련된 글은 “우리 재명이형 하고 싶은 거 다 해!!!!” 같은 내용이 다수다. 이 대표가 의지를 보이고 있는 대의원제 폐지 요청 글은 조회순 인기글 2위고, 이 대표가 직접 쓴 “함께 사는 세상! 우리가 손잡고 같이 만들어 가요”라는 글엔 댓글이 500개 넘게 달렸는데 대부분 “사랑해요” “응원합니다” “끝까지 지지합니다” 같은 내용이다.

당원 커뮤니티는 이 대표의 공약이다. 그는 지난해 전당대회 경선 당시 경북 안동에서 열린 지지자·당원 만남에서 “당에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어서 욕하고 싶은 의원을 비난할 수 있게 해보고자 한다”고 말했었다. 이를 두고 논란이 일자 이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비이지명계를 상대로 한 강성당원들의) 문자 폭탄이 계속되느니, 자유로운 의사 표현이 가능한 플랫폼을 만드는 게 낫지 않느냐는 취지”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 대표의 의중이 ‘욕’이었든 ‘자유로운 의사 표현’이었든, 강성당원들에게는 제대로 통한 셈이다.

이 때문에 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블루웨이브가 기존 당원게시판이나 당원청원 플랫폼과 마찬가지로 이 대표를 지지하는 강성당원들의 목소리만 증폭시키는 것과 동시에, 다른 정치인 지지자들을 상대로 적대감과 혐오 표현을 마구 쏟아내도 되는 ‘공식 창구’가 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비이재명계 의원은 블루웨이브가 “외곽에 있던 이 대표 팬카페를 그대로 옮겨 온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송갑석 최고위원은 13일 <불교방송>(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블루웨이브를 ‘레드오션’에 빗대 “(커뮤니티를) 보면서 내심 블루웨이브가 레드웨이브로 혼탁해지지않을까 걱정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렇다”며 “당에서 중심을 못 잡는 의원들이 있기 때문에 계속 저런 모습이 증폭되지 않는가”라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공식적으로 취한 조치는 “건강한 소통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여러분의 많은 협조와 관심 부탁드린다”며 “(기존 권리당원 게시판과 같은) 부적절한 분쟁 등을 막고 진정한 소통의 장을 만들기 위해 부적절한 게시글이나 댓글에 대해 삭제 및 이용제한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공지글 하나 뿐이다. 그나마도 댓글은 대부분 “(공지글 쓴) 담당자가 누구냐” “이낙연 비판글이 분쟁 대상이냐” “이재명 대표 조롱하는 글은 왜 그대로 남겨두냐”다. 이에 신경민 전 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일 <와이티엔> ‘뉴스나이트’에 출연해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분들이 지금 블루웨이브를 점거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런 일은) 빤히 예상된 길로 가는 거다. 특정 단어를 계속 쓰면 차단한다든지, 현재의 기술로 얼마든지 정화하고 통제할 수 있다”며 “강제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제안했다.

민주당 디지털전략실 관계자는 당원 커뮤니티가 강성 당원의 장이 됐다는 지적에 “당원들이 정치 주제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이야기도 나눌 수 있도록 설계했다”며 “단순히 정당의 온라인 커뮤니티가 아니라, 커뮤니티인데 정당 사람들이 이용하는 콘셉트”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박’과 같은 단어도 일종의 정치적인 의사 표현이기 때문에 특정 단어 사용을 차단할 수는 없다”면서도 “혐오 표현을 지속해서 게시하는 이용자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커뮤니티를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당원 커뮤니티 ‘블루 웨이브’ 화면 갈무리.
더불어민주당 당원 커뮤니티 ‘블루 웨이브’ 화면 갈무리.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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