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더불어민주당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전략을 입법 쪽으로 바꾸는 분위기다. 장외 집회와 단식 농성, 일본 항의 방문 등을 연이어 벌였지만 효과가 뚜렷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국회 다수당의 지위를 활용한 입법과 정책 대안 마련에 치중하겠다는 것이다.
14일 민주당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총괄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4선인 우원식 의원을 상임위원장으로 임명했다. 대책위원회에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와 관련이 있는 국회 상임위원회 간사와 각 시도당위원회 소속 원외 인사 등 21명이 참여했다. 민주당은 대책위를 통해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국회 청문회를 추진하는 한편, 방사능 오염수에 노출된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거나 어업인 지원 대책을 담은 특별법 제정에 나설 예정이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한달 동안 의원들의 단식과 장외 투쟁을 병행하며 반대 여론 확산을 꾀했다. 대책위 위원장인 우원식 의원은 14일 동안 단식을 벌였고, 당내 10여명의 의원은 일본으로 항의 방문을 가기도 했다. 소속 의원 전원은 지난 6~7일 국회 본청에서 1박2일 밤샘농성을 하고, 지도부 등은 주말에 열리는 장외 집회에 참석했다. 하지만 뚜렷한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날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지난 11~13일 전국 만 18살 이상 1001명 대상 조사,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32%로 국민의힘(33%)과 어금버금했다. 민주당이 ‘입법 투쟁’ 쪽으로 전략 변화를 모색하는 것은 이런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장외 투쟁을 시작할 때부터 현실적으로 방류를 막을 수 없다는 고민은 있었다”며 “그렇기 때문에 입법 등 현실적인 대책안을 동시에 준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8월께 일본 정부가 오염수 방류를 시작하면 비판 여론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우원식 의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5년 만에 정권을 뺏긴 야당이기에 당장의 활동으로는 신뢰가 돌아오지 않는 것을 알고 있다”며 “계단 하나하나를 다시 밟아 간다는 심정으로 후쿠시마 오염수와 관련된 대응에 나서겠다”고 했다.
한편,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나온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종합보고서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뜻을 나타낸 야당 의원을 향해 “많은 얘기가 있고 억지가 있고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근거 없는 억측으로 해양 방류에 반대만 하고 국민의 불안, 불신을 조장하는 것은 결코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고 말해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지나치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우연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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