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채아무개 상병 사건 수사와 관련해 해병대 사전 승인을 받지 않고 방송 인터뷰를 했다는 이유로 해병대사령부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박정훈 해병대 전 수사단장(대령, 왼쪽)이 18일 오후 경기 화성시 해병대사령부에서 열린 징계위원회에 법률대리인 김경호 변호사와 함께 출석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고 채아무개 상병 사건’을 수사하다 항명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정계 진출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정치권의 의심에 “정치, 여야, 정무적 판단 잘 모른다. 앞으로 알고 싶지도 않다”고 반박했다.
박 대령은 20일 법률대리인 김경호 변호사를 통해 낸 입장문에서 “저는 이미 밝힌 바와 같이 ‘충성, 정의, 의리밖에 모르는 바보 군인’”이라며 이처럼 밝혔다.
그는 “채 상병의 죽음을 둘러싼 여러 가지 의혹과 추측이 난무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저는 어떠한 정치적 성향, 의도와 무관하다”며 “앞으로도 오로지 군인으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면서 제 명예를 되찾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이번 사건이 마무리되면 군인의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 남은 군생활 조용히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밖에 없다”며 “모쪼록 현 사태와 관련해 저의 본심이 왜곡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박 대령이 항명 혐의로 입건된 이후 국방부 검찰단 조사를 거부한 것을 두고 “저질 3류 정치인이나 할 법한 망동”이라고 비난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지난 14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박 대령이 군인인지 정치인인지 헷갈린다”고 공세를 펼쳤다. 정계 진출 등을 고려한 정치적 행보라는 의심을 앞세워 ‘채 상병 관련 수사 축소 외압’이라는 문제제기의 본질을 흐린 것이다.
한편, 박 대령은 또 이번 사태로 수사가 지연되고 있는이 “마음이 너무 아프고 유가족들에게 죄송한 심경을 감출 수가 없다”며 사과했다. 이어 “젊은 해병이 꽃도 피어보지 못하고 생을 달리했는데, 우리 모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 역시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사건이 조기에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공동의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신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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