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채아무개 상병 수사와 관련해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지난 1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 앞에서 입장을 밝힌 뒤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호우 피해 실종자 수색 도중 숨진 채아무개 상병(이하 채 상병) 사건을 조사하던 박정훈 해병대 전 수사단장(대령)이 ‘윗선 개입’ 의혹을 제기하고 국방부는 그를 ‘집단항명 수괴’로 입건하는 등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해병대 전우회가 “사고의 책임을 수사함에 있어 공명정대하고 외부개입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해병대 역대사령관과 해병대 전우회는 14일 입장문을 내어 “군은 결자해지의 마음으로 명확한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며 이처럼 밝혔다.
전우회는 “지난 7월 극한 호우 피해 복구지원 현장에 출동한 해병대 신속기동부대 장병이 순직한 사건 관련 펼쳐지는 작금의 사태에 대해 큰 실망을 감출 수 없으며 유명을 달리한 고인과 유가족을 다시금 위로한다”며 “우리 군에 대한 명예를 실추시키는 행위를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호국충정의 마음으로 군 원로들과 함께 100만 해병대전우회 이름으로 확고한 입장을 표명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전우회는 “군 장병이 희생된 사고가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거나 우리 군과 해병대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저버리는 결과가 되서는 절대 안 된다”며 “모두 자중한 가운데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고 신속히 진행되도록 수사여건을 보장하고 일체의 외부 간섭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다시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급변하는 안보 상황 가운데도 묵묵히 국방의 임무를 수행하는 장병들을 격려하고 국가안보의 최후 보루는 우리 군이며, 해병대는 최선봉에서 ‘국가안보와 국민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줄 것을 다시 한 번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해병대 제1사단 소속이던 채 상병은 지난달 19일 경북 예천군 내성천에서 구명조끼 착용 없이 집중호우 피해 실종자 수색을 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이후 해병대 수사단장인 박정훈 대령은 지난달 30일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임성근 해병대 제1사단장 등 해병대 지휘부의 과실치사 혐의를 적시한 조사보고서를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했고, 지난 2일 이를 경찰에 이첩했다. 이에 국방부는 조사보고서를 회수하고, 박 대령을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했다. 이 과정에서 조사보고서에서 임성근 사단장 등의 혐의를 제외하고, 보고서의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는 외압이 있었다는 게 박 대령의 주장이다.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지난달 호우 피해 지역에서 실종자 수색 작업 도중 순직한 해병대 고 채아무개 상병의 유족이 언론에 채 상병의 이름을 보도하지 말 것을 해병대사령부를 통해 요청해왔습니다. 한겨레는 유족의 뜻을 존중하여 ‘채아무개 상병’으로 표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