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경북 포항 해병대1사단에서 거행된 고 채아무개 상병의 영결식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헌화하고 있다. 해병대 사령부 제공
호우 피해 실종자를 수색하다 숨진 고 채아무개 상병(이하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하다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쪽이 군검찰수사심의위원회(위원회) 소집을 신청할 예정이다.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이 위원회는 2021년 고 이예람 공군 중사 사망사건 이후 군검찰 수사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됐다.
박정훈 대령의 법률대리인인 김경호 변호사는 13일 “박 대령이 오는 14일 국방부 검찰단에 군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정식으로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박 전 단장은 지난 11일 낸 ‘입장문’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국군통수권자로서 한 군인의 억울함을 외면하지 마시고, 제가 제3의 수사기관에서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청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위원회 운영 지침(국방부 장관 지침)을 보면, 위원회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에 수사 계속 여부와 공소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 여부 대하여 심의하며, 사법제도 등에 학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으로서 덕망과 식견이 풍부한 사회 각계의 전문가를 5명 이상 20명 이하의 위원으로 꾸려진다.
김 변호사는 “이 사건이 많은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고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이고 수사 계속 여부와 공소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 여부에 대해 국방부 검찰단이 아닌 이 위원회에서 진행해야 할 필요성과 상당성이 매우 크다”고 덧붙였다.
위원회 운영 지침에는 변호인의 소집 신청을 받은 국방부 검찰단장은 위원회 부의 여부를 심의할 위원 5명을 선정하여 부의심의위원회를 구성하여 부의 여부를 의결해야 한다. 위원회 부의 결정이 나서 위원회가 구성돼 심의한 결과는 의견서 형태로 국방부 검찰단에 전달된다. 위원회 결정은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국방부 검찰단은 심의 의견을 존중하여 처분하게 된다. 검찰 수사의 중립성과 투명성을 위해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군내 위원회다.
김 변호사는 “박 대령은 (자신에게 집단항명 수괴 혐의를 적용한) 위법한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를 정당방위 차원에서 거부했다”며 “그 어느 때보다 군검찰 수사절차 및 결과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국방부 검찰단이 헌법과 군사법원법을 위반한 것은 물론, 국군통수권자와 국방부 장관 명령을 위반하여 수사하고 있기 때문에 정당한 수사 거부라는 것이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박 대령은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등 해병대 지휘부의 과실치사 혐의를 적시한 고 채 상병 순직 수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하는 것을 보류하라는 국방부 장관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 2일 보직 해임됐으며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돼 군검찰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지난달 호우 피해 지역에서 실종자 수색 작업 도중 순직한 해병대 고 채아무개 상병의 유족이 언론에 채 상병의 이름을 보도하지 말 것을 해병대사령부를 통해 요청해왔습니다. 한겨레는 유족의 뜻을 존중하여 ‘채아무개 상병’으로 표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