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오후 경북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에서 해병대 1사단 장병들이 실종자 수색에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호우 피해 실종자를 찾다 숨진 고 채아무개 상병(이하 채 상병) 사건을 조사하다가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11일 국방부 검찰단에서 수사받기를 거부했다.
박 대령은 국방부 검찰단 출석이 예정된 이날 오전 입장문을 내어 “국방부 검찰단은 적법하게 경찰에 이첩된 사건 서류를 불법적으로 회수하였고, 수사의 외압을 행사하고 부당한 지시를 한 국방부 예하조직으로 공정한 수사가 이뤄질 수 없다”며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를 명백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박 대령은 그 대신 “제3의 수사기관에서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호소했다. 박 대령은 이날 서울 용산에 있는 국방부 검찰단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박 대령은 입장문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수사에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를 해병대 사령관, 해군참모총장,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대면보고했다. 그런데 알 수 없는 이유로 국방부 법무관리관으로부터 수 차례 수사외압과 부당한 지시를 받았다”고 거듭 밝혔다. 이어 “경찰에 사건을 이첩한다는 사실을 이첩하기 전 해병대 사령관에게 보고했고, 그에 따라 적법하게 사건을 이첩했다”고 다시 강조했다.
그는 “제가 왜 오늘 이 자리까지 와 있는지 모르겠다”며 “저는 정치도 모르고 정무적 판단도 알지 못한다. 다만, 채 상병의 시신 앞에서 너의 죽음에 억울함이 남지 않도록 철저히 조사하고 재발 방지가 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하고 다짐했다”며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똑같은 결정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박 대령은 지난달 30일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임성근 해병대 제1사단장 등 해병대 지휘부의 과실치사 혐의를 적시한 조사보고서를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했고, 지난 2일 이를 경찰에 이첩했다. 이에 국방부는 조사보고서를 회수하고, 박 대령을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했다. 박 대령은 국방부가 조사보고서에 혐의자와 혐의 내용(업무상과실치사)을 뺄 것을 수차례 요구했다고 밝히고 있다.
신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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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호우 피해 지역에서 실종자 수색 작업 도중 순직한 해병대 고 채아무개 상병의 유족이 언론에 채 상병의 이름을 보도하지 말 것을 해병대사령부를 통해 요청해왔습니다. 한겨레는 유족의 뜻을 존중하여 ‘채아무개 상병’으로 표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