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공군호텔에서 열린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새미준)' 조찬 정기세미나에서 ‘부동산과 교통정책'을 주제로 특강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민의힘 외곽조직 초청 강연에서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몇 달 앞으로 다가온 국가적 재편 때 정권교체의 한 단계 전진과 강화를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해야 한다는 발언인데,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소지를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원 장관은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공군호텔에서 열린 ‘포럼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새미준) 초청 강연에서 “말만 정권교체지, 아직도 정권교체가 30%도 안 된 정치 상황을 보면서 얼마나 마음이 무겁나”라며 “대통령만 지금 윤석열 대통령이지, 정부도 ‘알박기’나 지난 정부 때 여기저기 줄서고 이상한 일 한 사람들이 뒤섞여 있어 전열 정비가 덜 된 부분이 많다. 입법부도 (여소야대라 정부가 원하는 법을) 제대로 통과시킬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몇 달 앞으로 다가온 국가적 재편 때 우리가 다른 건 모두 제쳐놓고 모두가 힘을 합해 정권교체의 한 단계 전진, 한 단계 강화를 이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해 여소야대 지형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원 장관은 “이제 국민의 중간심판을 앞두고 있는데, 국토교통부 장관은 정무직이기도 하기 때문에 제가 할 사명이 있다”며 “민생, 지역 현안, 교통과 인프라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 여당에 대한 지지, 여당의 간판을 들고 국민 심판을 받아야 하는 분들이 밑바탕 작업을 하는 데 저도 제 정무적 역할을, 모든 힘을 다 바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또 “국토부는 지티엑스-비(GTX-B)뿐만 아니라 디(D), 이(E), 에프(F) 등도 연내 계획을 마쳐서, 올해 연말 또는 내년 초에 대통령이 직접 발표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상용화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도 윤석열 정부 성과로서 모두 손에 잡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토부가 추진 중인 사업 계획을 내년 총선 전에 윤 대통령의 성과로 발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선거 개입’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내놓은 것이다.
공직선거법상 공무원은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선 안 되는데, 여기서 ‘공무원’에는 장관도 포함된다. 이에 비춰보면, 원 장관의 발언은 선거법 위반 등의 논란을 부를 수 있다. 원 장관도 이를 의식한 듯 “현직 장관이니까 더 이상의 표현은 자제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서 들어달라”고 했다.
한편, 이날 원 장관은 “대통령 당선으로 할 일을 120% 이미 하신 것”이라며 윤 대통령을 추켜세웠다. 원 장관은 20대 대선에서 윤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득표율 차가 0.73%포인트였던 점을 언급하며 “(이 후보에 대한) ‘묻지마 지지세’가 있구나 너무 충격을 받아서 그때부터 한 달 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잠이 들기만 하면 (나쁜) 꿈을 꿨다”고 했다. 이어 “아침에 깰 때마다 윤 대통령이 당선됐다는 것에 너무나 감사하고, ‘우리가 기적을 만들어 낸 경험을 했구나’ 그런 마음으로 (대선 뒤) 한 달을 넘기고 악몽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김기현 대표 등 지도부와 의원, 당협위원장 등 국민의힘 인사 500여명(주최 측 추산)이 참석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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