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단식 투쟁 16일차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국회 당대표실에 누워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정부의 폭주를 막겠다’며 시작한 단식이 열여드레를 넘겼지만,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은 여전히 싸늘하게 귀를 닫은 모습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뒤늦게 이 대표의 단식 중단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냈지만, 여권이 그동안 이 대표의 단식에 보여온 주된 기조는 무시와 조롱이었다.
김기현 대표는 지난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께 단식 중단을 다시 한번 정중히 요청한다”며 “이 대표께서 건강을 회복하시는 대로 즉시 여야 대표 회담을 열고 민생에 대해 치열한 논의를 하자”고 밝혔다. 그는 지난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건강을 해치는 단식을 중단할 것을 정중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단식 보름을 넘기며 이 대표의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하는 가운데 나온 메시지였다.
김 대표의 단식 중단 요청에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존중한다”면서도 “이 대표의 단식을 두고 조롱과 비난을 일삼았던 부분에 대해 반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그동안 보여온 태도부터 되돌아보라는 얘기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단식에 조롱을 이어왔다. 김 대표는 지난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 수장의 모습보다 관종(관심 종자)의 디엔에이(DNA)만 엿보일 뿐”이라고 말했고, 지난 7일에는 ‘이 대표에게 단식 중단을 권유하러 갈 생각이 있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지금 단식하고 계신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지난 10일, 이 대표가 전날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으로 검찰에서 조사받다가 건강상의 이유로 조사가 중단된 것을 두고 “명분 없는 단식 쇼를 벌이고 건강 이상설을 흘리며 8시간 만에 제멋대로 조사를 중단시키는 것은 사실상 수사 방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실은 이 대표가 검찰 수사 대상이고, 구속영장 청구가 임박한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 등을 이유로 들어 이 대표 단식에 거리를 둬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7일 한겨레에 “별도의 입장은 없다. 대통령실이 어떤 액션을 취하는 것이 여러가지 해석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이날 한겨레에 “어쨌든 상대방의 수장이 단식을 하는데 김 대표가 찾아가서 ‘건강 잘 챙겨라’ 정도의 얘기를 할 수 있는 거 아니겠냐”며 지도부 태도에 아쉬움을 표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지난 16일 페이스북에 “단식 초기 ‘철부지 어린애의 밥투정 같다’라고 했던 말을 사과드린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목숨 건 단식을 조롱한 것은 잘못”이라며 “이제 단식을 중단하시고 건강을 챙기시기 바란다”고 썼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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