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정 “부결 표 던졌다…당원들이 사퇴하라면 하겠다”

‘이재명 체포동의’에 “가결 위험신호 대처 못해 죄송”

22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정청래, 고민정 최고위원 등이 어두운 표정으로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을 두고 22일 “(가결의) 위험 신호들에 더 세밀하게 대처하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고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저는 체포동의안 (부결) 당론 지정에 반대했다”며 “표 단속이 불가능한 사안을 당론 지정한다고 한들, 가결 찍을 의원의 마음이 변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또 부결 당론을 하지 않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어떻게든 지키려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지도부가 부결 의견을 모으고 의원들에게 공개적으로, 비공개적으로 계속 (부결을) 설득해왔다”고 덧붙였다. 체포동의안 부결을 당론으로 채택하는 덴 반대했지만, 부결해달라는 요청을 의원들에게 계속해왔다는 것이다. 고 최고위원은 친문재인계로, 주로 친이재명계인 다른 최고위원들과 종종 이견을 보여왔다.

고 최고위원은 “중간중간 체포동의안 가·부결에 답하지 않은 의원들의 리스트가 돌았고, 어느 한 당내 인사는 가결표를 색출해 정치생명을 끊겠다고 했다. 급기야 (이재명) 대표의 단식을 말리러 간 문재인 대통령을 출당하라는 연호가 터져 나왔다”며 “이런 (가결의) 위험 신호들에 더 세밀하게 대처하지 못해 엄청난 결과를 맞게 된 것에 죄송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의원들이 가결 쪽으로 마음이 기울도록 자극하는 몇 가지 일이 벌어졌음에도, 당 지도부가 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대응하지도 못해 부결에 이르렀다는 얘기다.

고 최고위원은 그러면서 “(일부 당원들이) 제게 체포동의안 가부를 묻는데 전 부결표를 던졌다. 사람이 사경을 헤매는데 노무현처럼, 조국처럼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고 최고위원은 전날 ‘이재명 체포안 가결’이라 적힌 자막 위로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이 포착된 방송사 자료화면이 퍼지면서 이 대표의 강성 지지자들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이에 고 의원은 페이스북에 “본회의가 시작되기 전 입장 모습이다. 표결 이후 상황이 아니다. 착오 없으시길 바란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는 “저에게 다음 총선에 당선을 막겠다는 당원 문자가 쇄도하고, 지도부에서 저만 빠지면 된다는 말도 들었다”며 “당원의 지지로 탄생한 최고위원이 당원들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은 것은 이미 신임을 잃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원의 판단에 따르겠다. 당원들이 사퇴하라면 사퇴하고, 남으라면 남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고 최고위원 쪽은 “체포동의안 가결에 책임을 지고 사퇴할 의사가 있지만, 무책임하게 비춰지면 안 되니 (거취를) 당원 뜻에 따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우연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