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방 국립대를 중심으로 지역·필수의료 강화 관련 혁신전략을 발표한 19일 대구 중구 경북대학교병원 응급실 앞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 추진을 공식화하면서, ‘방법론’을 두고 여야 사이에 이견이 드러나고 있다. 증원 규모와 함께,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도입을 요구하는 공공의대와 지역의사제가 향후 논의 과정에서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0일 당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전날 정부가 발표한 ‘필수의료 혁신전략이 “전국 어디에서나 고른 수준의 필수의료서비스가 제공되게 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며 “우리 당은 지역필수의료체계 혁신을 민생정책으로 선정해 당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의대 정원 확대와 같은 민감한 사안의 합의를 이끌어 내고 정부 정책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추가과제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날, 유의동 정책위의장을 위원장을 맡은 ‘지역 필수의료혁신 티에프’(TF)를 발족하고, 관련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반면, 민주당은 “의대 정원 확대의 구체적인 규모는 물론 제대로 된 로드맵조차 제시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 발표는) 지역, 필수, 전략 어느 것 하나 들어있지 않은 빈 수레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일”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또 “이러니 정부·여당이 국민건강과 보건의료 정책에 대한 일관된 철학 없이 국민 건강을 담보로 국면 전환용으로만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필수·지역 의료 강화와 관련한 민주당의 구상은 공공의대 설립과 지역의사제 도입이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의대 정원 확대의 정책목표는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리는 게 아니라 필수·공공·지역 의료의 기반을 확충하는 것”이라며 이들 제도의 도입을 촉구했다. 이들은 공공의대와 지역의사제가 “지방에도 충분한 의료 인프라를 구축하고, 필수적인 의료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유지할 수 있도록 하며, 공공의료를 통한 든든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전망한다.
국민의힘은 이들 제도에 명확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진 않았지만, ‘시급하게 논의할 과제가 아니다. 의대 정원 확대가 우선’이라는 태도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의대 정원 확대 등 어려운 과제를 풀어야 하는데, 그동안 정치적 입장차가 있었던 과제를 같이 논의하면 문제 풀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공공의대와 지역의사제는 문재인 정부가 2020년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면서 함께 내놓은 방안이나, 대한의사협회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공공의대는 공공의료기관에서 일할 의사를 기르려고 국가가 운영하는 대학으로, 문재인 정부는 공공의대 졸업자는 10년 동안 공공병원에서 의무복무하는 방안을 제시했었다. 지역의사제는 비수도권 의대생 일부를 ‘지역의사 전형’으로 선발하고, 졸업 이후 일정 기간 지역 병원에서 의무적으로 일하게 하는 제도다. 둘 다 의무복무를 조건으로 국가가 장학금을 지원한다.
이와 관련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의대 정원을 늘리더라도 그중 일부를 비수도권에 의무적으로 남길 이런 제도가 동반돼야만 대다수가 대도시·비필수의료 분야에 몰리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고 본다. 임준 예방의학 전문의는 “의사를 많이 선발하는 대형병원이 수도권에 쏠려 있어 의사 수만 늘려서는 수도권 집중만 심화할 것”이라고 짚었다.
반면 두 제도가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 선택의 자유 등과 충돌해 도입되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졸업 뒤 장학금을 반납하고 원하는 지역·병원에서 근무하는 쪽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권정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모든 의료 취약지에 의사를 늘리는 것보다는 취약지 환자가 (권역 내) 의료기관에 신속히 이동할 수 있게끔 지원하는 방안이 현실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