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김기현 의원(오른쪽)이 지난해 12월20일 경남 김해시 김해중소기업비즈니스센터에서 열린 경남혁신포럼 정기총회에 나란히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이틀간의 숙고 끝에 13일 당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지난 3월 당대표에 당선된 지 아홉달 만이자,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인 장제원 의원 불출마 선언 하루 만이다. 국민의힘은 내년 4월 총선을 넉달가량 앞둔 상황에서 비상대책위원회로 지도부를 재편하게 됐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5시5분께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부로 국민의힘 당대표직을 내려놓는다”며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국민의힘 총선 승리는 너무나 절박한 역사와 시대의 명령이기에 ‘행유부득 반구저기’(어떤 일의 결과를 자신에게서 찾아야 한다)의 심정으로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이 지금 처한 모든 상황에 대한 책임은 당대표인 저의 몫이며, 그에 따른 어떤 비판도 오롯이 저의 몫이다. 더 이상 저의 거취 문제로 당이 분열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에서는 애초 김 대표에게 ‘당 대표직을 유지하되, 총선 불출마’를 요구했으나, 김 대표는 이를 거부하고 지역구(울산 남구을) 출마와 대표직 사퇴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는 지역구 불출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 ‘출마 의사’라는 풀이가 나왔다. 그는 “후안무치한 민주당이 다시 의회 권력을 잡는 비극이 재연되지 않도록 저의 견마지로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전당대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를 바탕으로 당대표에 당선된 김 대표는 2년 임기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채 중도사퇴했다. 그는 지난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뒤 혁신위원회를 꾸리고 대표직을 유지했지만, ‘용퇴론’을 거부하며 궁지에 몰렸다. 11일 혁신위 조기 종료는 12일 장제원 의원 불출마→13일 김 대표 사퇴로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이준석 전 대표에 이어 김 대표까지 사퇴하며 1년여 사이 두번이나 당대표가 사퇴하게 됐다.
국민의힘은 비상 지도 체제로 접어들게 됐다. 대표 잔여 임기가 6개월 이상 남아 있으면 새 대표를 뽑을 수 있다는 당헌 당규상 임시 전당대회를 통한 새 지도부 선출도 가능하지만, 119일 앞으로 닥친 총선 일정상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이 현실성 있는 대안으로 거론된다. 당대표 권한 대행을 맡은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14일 아침 8시에 3선 이상 중진 연석회의를 개최해 정리된 입장을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안에서는 장제원 의원 불출마에 이어 김 대표도 사퇴하면서 권성동, 이철규, 윤한홍, 이용, 박성민, 박수영 의원 등 친윤 의원들의 용퇴로 이어질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서영지 기자
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