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팀 이태희 기자
전북 익산이 지역구인 한병도 열린우리당 의원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조류 인플루엔자 탓에 닷새 동안 지역에 다녀왔다고 했다. 피곤한 얼굴이었다.
안부를 물으니 “감기 걸릴 틈도 없어요”라고 받는다. 대책회의, 현장 방문, 피해자 위로에 눈 붙일 시간이 없었다고 했다. 주말에 또다시 내려가야 한다고 했다. 한 의원은 당 지도부에 섭섭함을 털어놨다. 피해 농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데, 현장을 돌아보는 지도부는 한 사람도 없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민심 탐방을 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싸늘한 민심을 직접 느껴봐야 한다고 그 당위성을 강조한다. 청와대에서는 “대통령은 그런 ‘이미지 정치’를 하지 않는다”고 답한다.
정작 그 말을 하는 여당 지도부도 현장 방문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김근태 의장은 당의장이 된 뒤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재계와의 관계 회복을 위한 ‘뉴딜’ 행보가 물거품이 된 이후 서울 여의도 국회와 영등포 당사에만 머물고 있다. 김 의장과 강봉균 정책위의장은 1일 익산을 방문할 예정이었는데, 본회의 소집을 이유로 미뤘다.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한 것은 지난달 중순이다. 보름이 넘어가고 있다. 민심의 목소리를 직접 들으려 했다면 벌써 다녀와야 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대선 주자로는 가장 먼저 익산을 찾았다. 여당의 민심을 읽는 감각이 그만큼 둔하다는 얘기다. 민심을 모르는 건 청와대만이 아니다. 열린우리당은 청와대 탓만 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청와대를 닮아가는 듯하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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