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기관 “노무현 반대+이·박 선호 편승 결과”
범여권 재편 결과 따라 지지층 이동할 가능성
범여권 재편 결과 따라 지지층 이동할 가능성
4·25 재·보궐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예상을 뒤엎고 참패하면서,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한나라당 정당 지지율 50%’가 과연 실체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서치플러스’ 자료를 보면, 한나라당 정당 지지율은 재보선 직전인 지난 21일 조사에서도 49.9%를 기록했다. 전국 선거가 아니어서 동일 비교는 어렵지만, 이번 재보선의 한나라당 득표율(38.9%)과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난다. 한나라당 대선 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43.8%)과 박근혜 전 대표(21.2%)의 지지율 합계(65.0%)와는 26.1%포인트나 낮은 수치다.
정당 지지율 50%, 실체는 있나?= 한나라당 지지율은 2004년 탄핵 직후 14.6%에서 지난 3년 꾸준히 상승해 올 들어 50%를 넘어섰다. 지난해 지방선거 득표율도 51.7%였다. 전문가들은 한나라당의 높은 지지율이 ‘반노무현 정서’에 기댄 반사이익이라는 분석을 계속 내놓았다. 이번 선거에서 이는 어느 정도 입증됐다.
이번 선거는 ‘한나라당 대 비한나라당’ 구도의 선거에 한나라당이 취약함을 드러냈다. 홍준표 의원은 “민심이 ‘비노 비한’(비노무현, 비한나라)임이 증명됐다. (이런 상황에서) 정당 지지율 50%는 허상”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이택수 대표는 “한나라당과 대선 주자와의 관계를 보면, 한나라당이 좋아 이명박-박근혜 두 주자를 지지하는 게 아니라, 두 주자가 좋아 한나라당을 지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따라서 50% 정당 지지율은 두 주자가 유권자들의 기대를 채워주지 못하면 언제든 빠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연구소장은 “이념적 보수성으로 본 (순수) 한나라당 지지도는 20% 안팎”이라고 주장했다. 홍 소장은 “나머지는 ‘반노 정서’와 더불어, 대안을 못 찾아 이명박-박근혜 두 주자를 좇아서 몰린 지지도”라고 분석했다.
올해 대선에선 어떻게 될까?= 올해 대선까지 ‘한나라당 지지율 50%’가 이어지긴 쉽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이번 재보선 결과를 대선 국면에 그대로 대입시키기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 동시에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외과)는 “무소속이 많이 이긴 이번 선거를 대선과 곧바로 연결짓는 건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지지층 중에는 과거 부동층이었다가 ‘이명박-박근혜 지지층’으로 흡수된 경우가 많다. 또 과거 여권 지지층 중에 부동층으로 돌아선 이들도 많다”며 “결국 범여권의 재편에 따라 현재의 부동층과 한나라당 지지층 일부가 다시 범여권으로 옮겨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나라당 지지율이 상당히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김민전 경희대 교양학부 교수는 “분할 투표 현상(정당과 후보를 분리해 투표하는 현상)이 강화되고 유권자의 이동성이 강화되고 있다. (유권자들이) 마음에 안 들면 언제든 (지지 정당을) 옮길 수 있다. 지금의 정당 투표가 1년 뒤에도 계속 유지될 거라 장담 못한다. 정당들이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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