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대선 도우며 훗날 도모

손학규 경선후보가 15일 통합신당 대선후보 지명대회장에 참석해 “여러분의 선택을 깨끗이 받아들인다. 대선 승리를 정동영 후보가 반드시 이뤄주기를 바란다”고 경선 승복을 다짐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 [e-mail]

손학규 측근 “선대위 고문 맡는 게 적절”

범여권에 합류한 뒤 ‘불쏘시개’ 노릇도 마다하지 않겠다던 손학규 후보는 15일 깔끔하게 결과에 승복한다는 뜻을 밝혔다.

손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 대통령후보 지명대회에 참석해 “여러분의 선택을 깨끗이 받아들인다. 정 후보가 신당의 대선 승리를 반드시 이뤄주기 바란다”고 축하 인사를 건넸다. 그는 “이번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며 진한 아쉬움을 토로하면서도 “깨끗한 정치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뜨거운 열정으로, 앞으로 신당을 떠받치는 굳건한 기둥이 되겠다. 어떠한 무거운 짐도, 희생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당내 일각에서는 손 후보가 당 선거대책위원회 위원장직을 수락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지만,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처럼 ‘선대위 고문’ 정도를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더 우세하다. 경선 과정에서 손 후보를 도왔던 한 의원은 이름을 밝히지 않는 것을 전제로, “패배한 경쟁자더러 선대위원장을 맡으라고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며 “손 후보는 백의종군한다는 자세인 만큼 고문을 맡는 게 적절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손 후보는 앞으로 정동영 후보를 도우며 ‘대선 이후’를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이 지지기반인 손 후보는 대선에서 전북 출신인 정 후보를 보완할 수 있는 강점을 지녔다. 경선 기간 동안 손 후보의 대변인을 맡았던 우상호 의원은 “이제 막 패배가 확인된 마당에 무슨 구체적인 구상이 있겠느냐”며 “차차 정리해서 행보를 통해 보여주지 않겠느냐”고 했다.

참모들의 생각도 궤를 같이한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한 핵심 인사는 “이미 한 약속은 정치를 그만두지 않는 한 지켜야 하고, 지키지 않겠느냐”면서 “당분간은 ‘당내 비주류’로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를 도왔던 의원들은 대선뿐 아니라 내년 4월 총선에서 경기지사 출신인 손 후보가 큰 몫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손 후보를 도왔던 외부 지지세력이 후보의 선택을 그대로 따를지는 알 수 없다. 손 후보 지지세력의 특성상 일부는 통합신당에 남겠지만, 일부는 ‘제3후보’인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 쪽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강희철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