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 강재훈 기자
연쇄 인터뷰- 민주당 패배 이후 ①천정배
민주당이 대선과 총선에서 잇따라 참패한 뒤 패인 진단과 향후 진로를 놓고 다양한 얘기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직은 어지러운 논쟁만이 난무하지만, 서로의 주장들이 맞부닥치면서 차츰 가닥을 잡아갈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는 민주당의 방향을 제시할 인물들을 만나보는 연쇄 인터뷰를 시작한다.
중도개혁·중도진보 정체성 시급
충격 크지만 앞날 비관하지 않아 천정배 통합민주당 의원은 14일 당의 진로와 관련해 “당내 개혁진보 블록이 재건되고 강화돼야 한다. 그 블록이 새로 형성돼 주류화할 때 민주당이 국민의 지지를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천 의원은 이날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진보개혁세력이 당내 구심이 되도록 만드는 과정에서 제 거취도 생각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총선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대선과 겨우 3~4개월 차이라서 기본적으로 여당 페이스였다. 우리는 당을 급조해 선거를 치렀고 공천도 늦었다. 확실하게 각을 세울 쟁점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지역개발 공약 중심으로 미시적으로 선거가 진행됐다. 정책 능력이나 참신성으로는 전혀 이길 수 없었다. 의석은 당초 예상보다 많이 얻었지만, 전체적으로 매우 부진했다. 옛 민주당 사수파는 총선이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에 대한 심판이었다고 한다.
=그런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보면, 대선에서 패배함으로써 심판은 끝났다. 시급한 것은 당의 정체성을 더욱 분명히 하고 당의 체제를 민주적으로 정비하는 것이다. 정체성 면에서는 중도개혁 또는 중도진보라는 점을 선명히 해야 한다. 열린우리당과 참여정부는 결과적으로는 과거 정당보다 여론 감수성이 약했다. 앞으로 당의 정체성과 참여민주주의 강화라는 두 부분을 중심으로 창당에 준하는 논의를 해야 한다. 전당대회는 그런 논의의 장이 돼야 하고, 그 결과로 지도부가 구성돼야 한다. 손학규 계는 ‘협조·대안 야당론’을 얘기한다. =정체성이 분명한 강력한 견제세력이 돼야 한다. 한나라당이 특권층 대변을 강화할 경우 양보 없이 강력히 견제해야 한다. 야당성을 되찾아야 한다. 과거 열린우리당의 스펙트럼만큼이나 당내 노선이 다양한 것 같다. =결국 내용을 어떻게 채우느냐의 문제다. 과거에는 추상적인 말만 많았고 구체적인 논의가 미진했다. 대표적인 게 4년 전 실용-개혁 논쟁이다. 논쟁을 거쳐서 주도성과 리더십을 세우려는 노력이 없었다. 중구난방을 방치했다. 이번엔 확실하게 토론해 주도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개혁·진보 성향 후보가 거의 낙선했는데, 주도성을 어떻게 가질 수 있나? =궤멸에 가까운 결과다. 남아 있는 저 같은 사람이 재건하고 부활할 임무와 사명이 더 커졌다. 당장은 어렵지만, 원내뿐 아니라 원내외의 개혁·진보 블록을 다시 아우르겠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진보개혁적인 사람들 가운데 낙선자, 불출마한 분들도 있다. 두루 논의를 거쳐 내부 개혁 블록을 형성하는 게 첫걸음이다. 조직적 세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정치는 누가 어떤 비전을 제시해 지지를 얻느냐의 문제다. 대선이나 총선 패배의 충격이 크지만, 결코 개혁진보세력의 앞날에 대해 비관하지 않는다. 무소속 당선자나 ‘비리전력자’들의 복당 문제는? =호남 무소속 당선자는 비전·정책 면에서 큰 차이가 없는 게 아닌가. 민의를 존중해 시급히 복당시켜야 한다. 나아가 200석이 넘는 비대한 보수세력이 형성된 상황이므로 창조한국당·민주노동당·진보신당과의 협력도 강화해야 한다. 원내에서는 정책 연대를 하고, 당을 합치는 것을 고려해야 할 대상도 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중도개혁·중도진보 정체성 시급
충격 크지만 앞날 비관하지 않아 천정배 통합민주당 의원은 14일 당의 진로와 관련해 “당내 개혁진보 블록이 재건되고 강화돼야 한다. 그 블록이 새로 형성돼 주류화할 때 민주당이 국민의 지지를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천 의원은 이날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진보개혁세력이 당내 구심이 되도록 만드는 과정에서 제 거취도 생각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총선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대선과 겨우 3~4개월 차이라서 기본적으로 여당 페이스였다. 우리는 당을 급조해 선거를 치렀고 공천도 늦었다. 확실하게 각을 세울 쟁점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지역개발 공약 중심으로 미시적으로 선거가 진행됐다. 정책 능력이나 참신성으로는 전혀 이길 수 없었다. 의석은 당초 예상보다 많이 얻었지만, 전체적으로 매우 부진했다. 옛 민주당 사수파는 총선이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에 대한 심판이었다고 한다.
=그런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보면, 대선에서 패배함으로써 심판은 끝났다. 시급한 것은 당의 정체성을 더욱 분명히 하고 당의 체제를 민주적으로 정비하는 것이다. 정체성 면에서는 중도개혁 또는 중도진보라는 점을 선명히 해야 한다. 열린우리당과 참여정부는 결과적으로는 과거 정당보다 여론 감수성이 약했다. 앞으로 당의 정체성과 참여민주주의 강화라는 두 부분을 중심으로 창당에 준하는 논의를 해야 한다. 전당대회는 그런 논의의 장이 돼야 하고, 그 결과로 지도부가 구성돼야 한다. 손학규 계는 ‘협조·대안 야당론’을 얘기한다. =정체성이 분명한 강력한 견제세력이 돼야 한다. 한나라당이 특권층 대변을 강화할 경우 양보 없이 강력히 견제해야 한다. 야당성을 되찾아야 한다. 과거 열린우리당의 스펙트럼만큼이나 당내 노선이 다양한 것 같다. =결국 내용을 어떻게 채우느냐의 문제다. 과거에는 추상적인 말만 많았고 구체적인 논의가 미진했다. 대표적인 게 4년 전 실용-개혁 논쟁이다. 논쟁을 거쳐서 주도성과 리더십을 세우려는 노력이 없었다. 중구난방을 방치했다. 이번엔 확실하게 토론해 주도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개혁·진보 성향 후보가 거의 낙선했는데, 주도성을 어떻게 가질 수 있나? =궤멸에 가까운 결과다. 남아 있는 저 같은 사람이 재건하고 부활할 임무와 사명이 더 커졌다. 당장은 어렵지만, 원내뿐 아니라 원내외의 개혁·진보 블록을 다시 아우르겠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진보개혁적인 사람들 가운데 낙선자, 불출마한 분들도 있다. 두루 논의를 거쳐 내부 개혁 블록을 형성하는 게 첫걸음이다. 조직적 세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정치는 누가 어떤 비전을 제시해 지지를 얻느냐의 문제다. 대선이나 총선 패배의 충격이 크지만, 결코 개혁진보세력의 앞날에 대해 비관하지 않는다. 무소속 당선자나 ‘비리전력자’들의 복당 문제는? =호남 무소속 당선자는 비전·정책 면에서 큰 차이가 없는 게 아닌가. 민의를 존중해 시급히 복당시켜야 한다. 나아가 200석이 넘는 비대한 보수세력이 형성된 상황이므로 창조한국당·민주노동당·진보신당과의 협력도 강화해야 한다. 원내에서는 정책 연대를 하고, 당을 합치는 것을 고려해야 할 대상도 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